부자들의 아비투스 (Habitus)
예로부터 ‘부귀재천(富貴在天)’이라 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있다고 부유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돈(Money)과 부(Wealth)는 다른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졸부는 많지만 진짜 부자는 드물다.
# 돈 많은 거지들
우선 ‘부(富)’란 글자는 집안에 재물이 차(畐) 있는 모습이다. 특히 부유함에서 ‘유(裕)’는 축적된 교양과 삶의 향기에서 비로소 얻게 되는 문화적 영토다. 요컨대, [부(Wealth)=돈(M)+문화(C)]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인들은 돈은 좀 벌었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으면 늘걱정(憂)이 많아지고 걱정은 깊은 근심으로 진화한다. 알고 보면 걱정이란 꾸지도 않은 돈을 갚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여전히 바쁘고 늘 심각하다. 원래 심각한 사람들에게선 절대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리더의 전공 필수과목인 세련된 유머 감각은 대부분 낙제점이다. 잘못하면 ‘돈 많은 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한편 ‘돈 버는 건 기술, 돈 쓰는 건 예술’이란 말도 있다. 선조들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고 했건만 아직도 힘들게 번 돈을제대로 쓸 줄 모르고 움켜쥐고 있다가 세상을 떠나는 이가 넘쳐난다. 상속세로 죄다 바치거나, 자식이 전부 말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진짜 부자들의 게임의 법칙
독일의 도리스 메르틴 박사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아비투스(Habitus)』는 인간의 품격을 결정짓는 총 7가지 자본을 분석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진짜 부자들의 아비투스는 조용한 소비와 수수한 겸손이다. 부자들에겐 그들만의 게임의 법칙이 있다. 최정상 리그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돈보다 ‘문화자본’을 늘리라는 것인데, 그 핵심은 품격이 진정한 자산이라는 거다. 유럽의 상류층 가정이 이미 17세기부터 문화적 소양을 닦기 위해 자식들을 그랜드 투어에 내보냈던 이유다.
사실 비싼 명품을 두른 사람치고 그리 큰 부자는 본 적이 없다. 정작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티 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셀럽들 사이에선 이른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가 퍼지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늘 교복처럼 입는 회색 반팔 티셔츠를 떠올려보라. 여느 면티나 다름없어 보이지만 ‘억만장자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이태리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에서 맞춰 입는 옷이다. 국내에선 삼성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그 정석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뜨고 있는 ‘올드 머니 룩’ 패션도 그런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소위 ‘카운터 시그널링(Countersignaling)’의 역설이다. 실제로 톱스타들은 후줄근한 차림으로 다녀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자발적 금욕 내지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내는 심리’라고 해석되고 있다.
이쯤 되면 『삼국사기』에 기록된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새 궁궐을 지으며 그 자태에 대해 남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경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부(富)에 이르는 비결은 간단하다. 타인에게 그 누구보다도 더 많이 줄 방법을 찾으면 된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더 많이 행동하고, 더 많이 베풀고, 더 큰 존재가 되고 더 많이 봉사하면 된다. 그러면 더 많이 벌 기회가 생긴다.” 『MONEY』의 저자 토니 로빈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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