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인가 문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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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란 한마디로 [시스템(S)]과 [문화(C)]의 함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경영에서 전략이 15 %라면 문화가 85%이다”라고 설파했다.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이와 관련한 그의 빛나는 통찰이다.

# 시스템의 포로들

‘시스템(System)’이란 한마디로 상호작용하는 기능과 구조를 갖춘 체계다. 과거 은행 객장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순번 대기 번호표 시스템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들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선 시스템이라고만 불러주면 마치 공정하고 과학적인 것인 양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그 어떤 시스템이라 해도 운용의 주인은 사람이다.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면 없는 게 낫다.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종종 시스템을 맹신한 결과 ‘시스템의 포로’가 되어 초라한 집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결국은 그 조직 구성원들의 수준이 시스템의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문제일수록 시스템은 단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시스템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지만 문화는 그게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장의 고수들은 “단순히 기술과 솔루션이 아니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 국내 조직문화의 진단과 처방

세계 경영의 양대 산맥은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의 경영이 야구라면, 일본은 럭비다. 개인적으로 보면 일본인은 한국인의 상대가 안 된다. 그런데 조직에만 들어가면 이게 반대로 변한다. 일본은 개미허리를 묶어 동아줄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조직은 천재를 데려와 바보를 만든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수년 전 맥킨지가 국내 기업문화(Corporate DNA) 수준을 진단한 결과는 큰 충격이었다.말기 암 3기라는 거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불명확한 업무 지시, 이로 인해 첨부만 수십 장인 두꺼운 보고서, ‘대책’ 없는 대책 회의를 야근으로 이어지는 3대 비효율로 꼽았다. 특히 조직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MZ세대에게 중요한 건 시스템적인 것보다 문화다. “회사를 보고 들어와 상사를 보고 떠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필자가 볼 때 국내 기업문화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사불란과 획일성을 강조하는 다양성 결핍

둘째, 의미는 있는데 재미가 없다

셋째, 어설픈 성과지상주의

한편 외국인들 눈에 비친 한국의 기업문화는 이해 불가다. 모 대기업 해외법인 CEO를 10년간 경험한 프랑스인, 에리크 쉬르데주가 쓴 책 제목은 『한국인은 미쳤다』이다. 출근 전날 법인장이 간부사원의머리를 향해 책을 집어 던지는 일에서부터 한국 본사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프랑스 방문에 맞춰 부랴부랴 유통매장을 자사 제품으로만 전시하는 생쑈를 벌인 일 등 그의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들은 개인의 존재 이유가 ‘회사’와 ‘일’에 있다고 지적했다. 과로로 쓰러진 동료 직원의 담당의사에게 언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지 묻는 한국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고 저자는 묻고 있다.

출처 - 위키디피아 커몬스

# 사례 연구

AI 반도체 황제주 엔비디아(Nvidia)는 “채용되는 것보다 해고당하는 게 어렵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고용 안정성이 높다. 특히 젠슨 황 CEO의 리더십은 늘 주목을 끌고 있다. 30만 명의 삼성이나 15만 명의 애플 조직에비해 3만 명 규모에 불과한 엔비디아는 HR플랫폼 글래스도어가 선정한 ‘2024년 일하기 가장 좋은 직장’ TOP 3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PPT 없이 ‘글’로만 회의하는 최강기업 아마존의 실용적인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창업자가 내세운 ‘AMAZON 리더십 원칙 14개’를 각 사업에 접목하는 것을 강조한다. 목표는 최소 3개로 정리, 어떤 사업이든지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부분을 찾는 게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한 단락, 5문장 이내로 긍정적, 미래지향적으로 쓰는 마무리가 있다. 결국 이런 항목들은 그 사업을 완전히 꿰고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장사꾼은 돈을 벌고, 경영자는 사람을 벌고, 기업가는 시대를 번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는 매우 심장하다. 사실 최고의 애국자는 기업이다. 미래 한국은 수많은 직업 중에 기업가(企業家)가 가장 우대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AI 초기술융합 혁명을 맞이하여 이제 우리나라에도 기업판 BTS가 나올 때가 되었다. 그 해답은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에 있다. 

국내 저명한 칼럼니스트(조선일보,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자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다. 기타 법무법인 클라스 한결 고문 및 대통령직속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