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 객관적 평가로 옥석 가리기 적극 나서야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불러온 부동산 호황기, 부동산PF(Project Financing)는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시장 참여자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PF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리스크 확산 가능성이나 부동산PF의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여파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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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PF의 구조적 문제와 부실의 연결고리

부동산PF는 담보를 따로 확보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발생가능한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고위험-고수익’ 특징을 지닌다. 국내 부동산PF는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5~10% 수준의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0~95%는 흔히 ‘브릿지론’으로 불리는 고금리 대출을 통해 토지를 매입해 인허가를 진행한다.

인허가 후 그 토지를 담보로 본 PF 자금을빌려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선분양을 통해 수분양자로부터 중도금 등을 받아 공사비에 충당한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의 영세성으로 인해 시공사가 개발사업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부동산PF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이 활발해지며 PF 사업장에서 부실이나 사고 발생 시 PF에 엮인 모든 금융기관들에게 피해가 전이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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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잠재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2020년 말 92.5조 원에서 2023년 말 135.6조 원으로 3년 만에 46.6% 증가했다. 일반담보대출로분류된 브릿지론과 금융권 통계에 잡히지 않은 새마을금고 대출, 시공사와 증권사의 신용공여 규모를 합치면 부동산PF 익스포져는 20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부동산PF 대출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5%에서 2.7%로 높아졌다. 특히 증권업계 연체율이 13.73%로 가장 높고 저축은행과 여전사도 각각 6.94%, 4.65%를 기록했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PF는 브릿지론 및 비거주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져가 높아 질적 구조마저취약하다.

중소형 증권사의 채무보증이나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이하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도 있다. 증권사의 PF 채무보증은 2024년 3월 말 기준 약 16.9조 원으로 이 중 약 89%가 유동성위험 및 신용위험까지 부담하는 매입확약형이라 중후순위 채권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의 채무보증은 손실 위험이 높다. 부동산신탁사의 책준형 토지신탁은 공사비 급등으로 갈등을 빚는 사업장 속출과 신탁계정대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 책임준공에 따른 부실 위험으로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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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삼정KPMG 경제연구원

정부의 PF 연착륙 기조, 정밀하고 객관적인 사업성 평가로 대응해야

정부는 사업성 있는 사업장에 유동성을 지속 공급하는 한편,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정리를 유도하고 있다. 2023년 4월 PF 대주단 협약에 따른 사업정상화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에 이어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재도입했고, 부실 사업장을 매각하도록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금융당국은 2024년 5월 13일 PF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 방안을 추가로 마련했다. 정부가 제시한 평가 기준 적용 시 전체 사업장의 약 10%(여신액기준 23조 원 수준)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지 않고 막연히 시장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이른바 ‘버티기 모드’는 손실을 이연시킬 수는 있으나 잠재손실을 늘리는 도박이 될 수 있다. PF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은 개편된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부동산PF 사업장의 수, 사업 형태와 금융구조, 채권자 권리관계 등과 법률구조, 재무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PF 사업장의 사업성을 사전적·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에 기초해 사업성 제고 가능성, 금융비용, 후속 투자자금 유치 가능성을 살피고 정상화가 가능한 경우, 후속 투자 및 리파이낸싱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고, 사업성이 낮은 경우 사업장의 빠른 매각 등 다양한 차선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부동산PF에 엮인 금융기관은 PF 사업장 평가와 실사에 기초해 PF 채권 회수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산정, 유동성 관리와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채권 매각에 나설 경우 채권 매입 후 추진 가능한 사업정상화 계획을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또한 건전성 개선 관점에서 PF 채권 외 담보물 매각, 사업권 매각도 검토할 수 있으며, 필요시 사업 전반의 재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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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원 · 노승환 선임연구원 (seunghwanroh@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