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옥석 가리기를 통해 핀테크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핀테크 기업은 고금리, 회수 환경 악화 등 다양한 요인들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확실성이 점증하며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핀테크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불확실성에 핀테크 자금 조달 급감··· 재주목받는 미주 지역
2023년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1,137억 달러(4,547건)로 2022년 1,966억 달러(7,515건) 대비 감소했는데, 고금리 및 고물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매수자-매도자 간 밸류에이션 불일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2023년 하반기 582억 달러의 투자가 집행되며 상반기(555억 달러) 대비 핀테크 투자가 소폭 개선되기도 했다.
한편 그간 디지털 금융 육성을 위한 정책과 경제적 요인으로 중국(2015~2018년)과 동남아시아(2020~2022년) 등이 주요 핀테크 투자처로 주목받았으나, 최근 미국 핀테크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핀테크 투자 자금의 3분의 2(735억 달러)를 흡수하면서 미주 지역의 핀테크 투자 규모가 2022년 954억 달러에서 2023년 783억 달러로 18%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만 글로벌 핀테크 허브를 지향하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와 신흥국인 인도, 브라질 등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이 약진하며 핀테크 산업 내 지역 다변화 및 경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종산업 간 융복합, AI에 주목하는 투자자들
핀테크 투자 섹터를 살펴보면 지급결제 부문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고객·상품·서비스 접점 확대로 핀테크와 이종산업 간 융복합이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등 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반 기술 제공 핀테크를 비롯해 부동산·물류 등 타 산업에 내재된 금융 솔루션 부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핀테크 내 투자 섹터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종산업 융복합 투자(5%→21%), 기반 기술 제공 핀테크 투자(35%→46%) 모두 투자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프롭테크(Proptech) 부문은 2023년 134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으로 유치하며, 핀테크와 이종산업 간의 활발한 융복합을 엿볼 수 있다. 인슈어테크(Insurtech) 투자 또한 2022년 59억 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23년 하반기 1억 달러 이상의 VC(Venture Capital) 자금을 다수 조달하며 2023년 81억 달러로 급증했다.
전 세계 VC 투자자들의 관심과 더불어 사이버보안과 레그테크 관련 제품 및 서비스에 AI 도입을 모색하면서 A I는 핀테크 투자 내 12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생성형(Generative) AI,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활용해 솔루션 강화와 서비스 차별화를 도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AI에 대한 관심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 투자 반등 가능성··· 임베디드 금융 확장성 등 기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지정학적 갈등 지속 등 높은 글로벌 불확실성 탓에 2024년 상반기에도 글로벌 핀테크 투자 확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와 선거 결과, 정책 방향 등에 따라 반등 가능성도 상존하며, 고금리상황 속 핀테크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며 지급결제 관련 핀테크 기업의 국내외 통합 및 부실자산 관련 M&A 등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핀테크 전반에서 AI를 비롯한 B2B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가운데, 임베디드 금융이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데이터·인프라·플랫폼 기업 등의 성장이 기대된다. 한편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여 에너지 및 기후 변화 프로젝트 대출, 탄소·공급망 추적 등 ESG 관련 비즈니스를 장착한 핀테크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기업과 서비스가 펼쳐지는 환경 속에서 고객 접점 확보와 서비스 가치 제고를 위해 금융과 부동산, 헬스케어, 커머스 등 이종산업이 결합된 핀테크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금융사와 핀테크사는 수익성 제고 및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고민하며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차별화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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