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열린 CES 2024에서 완성차 기업들은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구현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시도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내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42dot)을 통해 SDV 플랫폼 로드맵과 전략을, BMW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경험에 초점을 맞춘 운영체제를, 혼다는 독자적인 차량용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 개발을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화두인 SDV에 대해 알아본다.
SDV 핵심, 차량용 OS
완성차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차량용 소프트웨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완성차 기업은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자동차’, 즉,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SDV는 그 가치와 핵심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되므로 완성차 기업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자사 차량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 때,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원활하게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차량용 운영체제(OS)가 필수적이다.
완성차 기업은 크게 3가지 관점(자체 OS 개발, 외부 OS 채택, 자체+외부 채택 혼재)에서 차량용 OS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토요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 등은 자체적으로 차량용 OS를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했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폭스콘의 자회사인 FIH모바일과 합작사를 만들어 차량용 OS를 개발하고 있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OS 파트너로 구글을 선택했다. 이렇듯 완성차 기업은 각 사 특성과 전략에 맞춰 차량용 OS 시장에 다각적으로 대응 중이다.
SDV 구현을 위해 극복해야 할 3가지 이슈
완성차 기업이 차량용 OS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SD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기업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고객, 빅테크, 완성차 기업 자체 니즈로부터 도출된 이슈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우선, SDV를 최종적으로 소비하게 되는 고객의 니즈를 살펴보자. 이들에게 자동차는 또 다른 생활 공간이다. 고객은 차량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완성차 기업은 차량 내 고객 경험을 충족시킬 서비스(애플리케이션)를 제공하기 위해 차량용 앱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OS를 중심으로 경쟁 및 협업을 하고 있는 빅테크의 니즈를 알아보자. 빅테크는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길 원하기 때문에 SDV 시장에서 자사의 영향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따라서 완성차 기업은 인포테인먼트 OS를 중심으로 점차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빅테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SDV를 구현하는 주체인 완성차 제조사의 니즈도 살펴보자. 완성차 기업은 SDV를 경쟁사보다 빨리 구현하기 위해 OS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양산 역량의 한계로 자체 OS 내재화를 위한 인력 부족 이슈에 직면해 있어 당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완성차 기업은 이러한 이슈를 타개하고 경쟁력 있는 OS 내재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루고자 한다.
완성차 업계의 대응 전략은?
앞서 언급한 3가지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완성차 업계의 대응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완성차 기업은 차량 내 고객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 이용 편의성·다양성·최신성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풀어 말하자면,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원하는 시점에 원활하게 다운로드·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서 각 서비스가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잘 유지된다면 완성차 기업은 차량용 앱에 대한 구독 서비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구독 서비스 모델의 일례로 기아 FoD (Feature on Demand) 서비스를 들 수 있다. 2023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Connect Store)를 통해 EV9에 FoD 서비스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FoD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듯이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도록 지원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고객의 앱 이용 편의성·다양성·최신성을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완성차 기업은 SDV 구현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한 다각적인 협업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완성차 기업은 타 완성차 기업, 자동차 부품사, IT 기업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적극 진행하는 한편, 일부 완성차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빅테크가 강점으로 내세운 고객 데이터까지 확보하고자 한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니오(NIO)와 폴스타(Polestar)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완성차 기업으로, 이들은 차량 데이터 외 스마트폰에서 얻을 수 있는 고객 데이터까지 보유함으로써 고객을 락인(Lock-in)하고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완성차 기업은 자체 OS 내재화에 필요한 역량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인력 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때 기존 인력과 새롭게 합류한 인력 간 협업 환경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완성차 기업은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과 협업 시 업무 수행 방식에서 간극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회사는 미리 인지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포티SDV(Software Defined Vehicle) 촉발 이슈 및 완성차 업계 대응 전략 투닷을 인수하면서 이러한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분리해 유연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면서 각의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SDV는 과거 내연기관차의 등장과 견줄 정도로 현재의 자동차 생태계를 완벽히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는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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