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뱀은 지혜롭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허물을 벗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뱀처럼 우리 경제와 산업도 불확실성을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2025년 을사년이 되기를 기원하며 24개 국내 주요 산업의 다음 한 해를 전망하고 주목해야 할 비즈니스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전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에서 미국 등을 중심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은 저성장 국면에 놓였다. 미국만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나홀로 성장 중인 가운데, 2025년 1월 20일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캐나다, 중국, 멕시코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관세 부과를 예고함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관세·환율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국 8위인 한국 또한 관세 등 통상 제재의 사정권 안에 포함될 소지가 높다 보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발생하며 환율이 급등하고 내수 위축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 ‘반도체, 제약·바이오’ 등 13개 산업은 성장세 지속 예상
이러한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등 일부 업종은 기술 혁신, 수요 반등, 해외 진출 등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국내 주요 산업 24개 기상도를 살펴보면, 반도체, 스마트폰, 에너지·유틸리티, 제약·바이오, 조선 등 13개 산업은 신규 기술 개발과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수요 창출과 수익성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반도체 지원법 축소에 따른 우려가 상존하나 인공지능(AI) 시대 대규모 데이터 수요 대응 등을 위한 AI 반도체, 전력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이 주목을 받으며 2025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출시로 AI 활용 움직임과 성장의 궤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유틸리티산업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가스 발전 증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대사질환 치료제 등이 주목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비중 확대로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개발생산) 시장 또한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산업은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MRO(Maintenance· Repair·Operation, 유지·보수·운영)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국내 조선사의 수주 확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6개 산업은 성장세 다소 둔화 전망
미·중 무역 갈등이나 산업 구조적 사이클에 영향을 받는 자동차, 철강 등 산업군은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부진이 우려된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캐즘(Chasm)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예측보다 저조하고 친환경 차량,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방산업 수요 부진, 공급과잉으로 위축된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 등으로 수급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유산업은 국제유가 변동성, 주요국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업황 자체의 하방 압력이 높게 이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캐피탈 산업은 금리 인하로 전반적인 기업 자금 조달 여건은 개선되나, 부동산PF 등의 여파로 인해 수익성과 건전성 모니터링이 중요한 시점이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2025년 비즈니스 트렌드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고부가가치와 기술 경쟁력을 갖추며 구조적인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AI 확산 ▲에너지 전환 ▲K-wave 인구구조 변화 ▲공급망 안정화 등의 트렌드를 적시에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와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2025년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반도체 시장 중심의 기술 고도화와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고, 화석연료 축소와 저탄소 에너지 확대, 탄소 포집 기술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K-콘텐츠의 인기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하며 식품· 화장품 등의 K-푸드·뷰티 수출 증가도 기대된다. 고령화와 저출생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발맞춘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 기회를 모색함과 더불어 외국인 등 다양한 서비스 수요층에 대한 고객 세분화 전략이 요구되기도 한다. 한편,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시설 이전 및 수직계열화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방안 또한 활발히 마련될 것이다.
도전적 환경에도 성장 기회 발굴 기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의 상황은 트럼피즘(Trumpism)·소비침체·고환율을 비롯해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높았던 2016년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및 내수 회복을 기반으로 양호한 경제 성장세를 보인 2016년 대비 현재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대비 빠른 복원력으로 경제·사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시장과 경제 주체들은 자기실현적 비관론을 피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지정학·지경학적 갈등이 산재한 가운데 산업 간 경쟁 심화, 글로벌 산업 및 통상 정책의 험난한 파고 등이 밀려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AI 활용, 에너지 전환, 인구구조 변화, 공급망 안정화 등 주요 비즈니스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중장기적 성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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