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통계청은 지난 9월 23일 국내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국제 추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50년 뒤 국내 노인 비율은 전 세계 3위, 출산율은 꼴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저출생·고령화 등의 인구 현상은 기업이 처해있는 외부 환경(산업)과 내부 경영 환경을 변화시키며 이전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호에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 7대 산업의 유망 섹터 및 변화하고 있는 기업 경영 트렌드를 살펴본다.
저출생·고령화가 바꾼 산업 지형, 7대 산업에서 떠오르는 23개 유망 섹터
저출생·고령화는 인적 자원의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기업 외부 환경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방향이 항상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섹터가 싹을 틔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금융·테크·유통소비재·건설·모빌리티·헬스케어·레저 산업 내 유망 섹터를 알아봤다.
최근 개인별 기대수명 증가와 장수리스크 헤지를 위해 전 생애주기에서 예상되는 이벤트와 소득, 소비를 고려한 자산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 산업에서는 젊을 때부터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노후 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산관리 고도화·신탁 서비스·헬스(Health)-웰스(Wealth) 매니지먼트가 유망섹터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테크 산업에서는 가정 내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홈(스마트 가전)과 고령층 및 영유아의 일상생활과 정서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돌봄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 인간의 퇴행성 신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신체 보조 로봇도 유망 섹터로 도출됐다.
유통·소비재 산업을 알아보자. 이제는 고령층을 넘어 임산부·영유아·일반인까지 소비층을 넓힌 케어푸드(Care Food),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려는 프리미엄 소비 패턴이 나타나는 펫코노미(Pet-Economy), 육아에 관한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인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가 유통·소비재 산업에서 유망 섹터로 주목받고 있다.
건설 산업의 경우 1인 가구 연령대별 맞춤형 주거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 공간 외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인 코리빙(Co-Living) 주거, 편리하고 고급화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시니어 하우징, 고령과 노인성 질환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데이케어 센터가 유망 섹터로 분류된다.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차량 내 센서로 탑승자의 안전·건강을 살피는 솔루션인 인캐빈(In-Cabin) 헬스케어·로보택시·고령인구 중심 MaaS(Mobility as a Service),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난임 치료제·펨테크(Femtech)·시니어 스마트홈 솔루션·치매 치료제, 레저 산업에서는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크루즈·콘텐츠 IP(지식재산권)·시니어 여가 큐레이션 및 커뮤니티 플랫폼이 유망한 분야로 도출된다.
생산성과 효율성 저하 우려, 기업은 밸류체인 혁신으로 대응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밸류체인 모형에 따르면, 밸류체인은 기업의 직접적인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생산-물류-판매·서비스 단계와 간접적인 지원 활동 분야인 기업 인프라(Firm Infrastructure), 인재 관리(Talent Management)로 구분된다. 이 중 생산·물류·기업 인프라 단계에서 관찰되는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은 생산 단계에서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등대공장’으로 뽑힌 포스코의 스마트 제철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코는 고로(용광로)·제강 등 공정에서 설비 이상 유무를 감지하기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작업자가 2시간마다 한 번씩 쇳물 온도를 체크했던 업무를 이제는 AI가 확인하고 제어하게 됐다.
물류 단계 역시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젊은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 기피에 대응하고자 AI·드론·로봇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히타치는 AI 기술을 토대로 물류 이동 최적 경로를 계산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작업 일정을 최적화해 물류센터 전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인프라 단계에서도 AI를 필두로 한 ‘기술 혁신’ 및 고령·청장년층 근로자의 협업 효율성을 높이는 ‘공간 혁신’을 토대로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2018년 ‘Automation Anywhere’에 투자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솔루션을 확보했고 여기에 자사가 보유한 AI 역량을 결합해 RPAI(RPA+AI)를 제시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RPAI를 고령화 시대를 대응하는 주요 기술로 활용하면서 연간 770만 시간의 업무를 RPAI 기반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이제 인구구조 변화는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각 사가 보유한 비전, 역량,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지역 전략, 고객 세그먼트 전략, 성장 전략, 자원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인적 자원 변화에 현명하게 대응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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