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에서:
나를 돌보고 성장하기

어느덧 2025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뒀다. 숨 가쁘게 지내온 만큼, 우리를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심리상담사를 통해 올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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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심히 흘러가지만, 우리가 살아낸 시간은 단순히 흘러간 과거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웃음과 눈물, 후회와 성취가 켜켜이 쌓여 우리의 삶을 이룹니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 나를 돌보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아닌, 나의 감정과 선택, 성취와 실패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 ① 가슴 아픈 감정들과 마주하기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상처를 준 사람, 이루지 못한 기대, 억울함과 분노로 얼룩진 순간들입니다. 이런 감정들은 우리가 쉽게 외면하려는 대상입니다.

“다 지나간 일이야”, “별일 아니야”라고 애써 눌러 담아버리곤 하죠. 그러나 억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신체적·심리적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올해 나는 무엇에 가장 상처받았는가?” 그리고 그 답을 천천히 적어 내려가 보세요. 글로 써 내려가는 과정은 고통스럽겠지만, 그 안에 묻힌 감정을 인식하는 순간 치유는 시작됩니다. 분노든 슬픔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라 여겨 피하려들기보다, 그것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봅시다.

# ② 행복한 순간들을 되새기기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였나요? 친구와 오랜만에 가졌던 시간, 책 한 권에 빠져 세상과 단절된 듯했던 몰입의 순간,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과 마주했던 감동들. 행복은 꼭 거창한 노력 끝에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소소하고 자연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기쁨을 느낍니다. 이제 행복했던 순간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내 삶에 스며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껴보세요. 이런 과정은 힘든 하루 속에서도 우리가 감사하고 충만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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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선택의 순간, 나를 이해하기

우리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떤 선택은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고, 또 다른 선택은 한동안 후회로 남기도 합니다. 당신의 올해 가장 큰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그 선택은 나를 만족시켰나요, 아니면 여전히 마음에 걸리나요? 선택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이 결핍되어 있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자신의 결핍을 인식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선택에서는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선택이 진정으로 나를 충족시킬까?”

# ④ 성취와 실패를 통해 성장하기

우리는 흔히 성취를 사회적 성공이나 물질적 이득과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취는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만족에서 옵니다. 올해 나의 성취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실패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왔나요?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잘 해냈다고 느낀 순간을 떠올리고, 그때의 자부심을 마음껏 누려보세요. 동시에 실패했던 기억 역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실패는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실패와 성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어제보다 한층 더 성장한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 내년에도 나를 이해하고 나아가는 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스스로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보세요. 올해의 감정, 선택, 성취, 실패를 잘 간직하고, 그것들이 나를 더 단단히 만들어준 소중한 자산임을 기억하겠다고. 다가오는 새해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나를 돌보고 이해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Profile
설진미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