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함정 (Success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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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기업이나 돈이 많을 때 또는 기회가 너무 많을 때 가장 쉽게 실수를 저지른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근본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설파했다.

# 교만(hubris)의 대가

경영이란 끝이 없는 장거리 경주다. 자고로 창업(創業)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守成)이고, 수성보다 어려운 것이 경신(更新)이라 했다. 혁신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일찍이 토인비가 지적했듯이 사람이나 조직이나 패망의 원인은 주로 ‘교만(hubris)’이다. 사람은 보통 자만으로 시작하여 교만을 거쳐 오만으로 치닫는다. 많은 성공한 CEO들의 경우, “이제는 어딜 가도 부끄러울 게 없다”고 기고만장 큰소리 치는 순간이 바로 내리막길이다. 하늘 높이 올라간 용은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고 하는 주역의 ‘항룡유회(亢龍有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 성공의 복수

과거의 핵심 성공 요인이 오히려 패망의 주요인이 되는 경우를 가리켜 경영학에서는 보통 ‘성공의 함정(Success Trap)’ 또는 ‘성공의 복수(Revenge of Success)’라고 한다.

이는 원래 하버드대 심리학자 랭거(ElenLanger)가 제시한 개념으로 특히 큰 성공은 실패에 대한 잠재적 경고 사인이다. 과거수에즈 운하를 성공시킨 프랑스 출신 엔지니어인 레셉스가 파나마에선 대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바로 과거의 성공에 집착했기 때문으로 기존의 핵심역량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로 옮겨가는 소위 가치이동(value migration)이 중요한 이유다.

2천 년 전에 한비자가 기술한 ‘망징(亡徵)’은 나라가 망하는 징조를 말한다. 그가 구체적으로 적시한 47가지 사례들 중에는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들이다. 기업경영도 이와 비슷하다. 보통 기업의 수명 주기를 30년이라 하지만 요즘에는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한 방에 훅 가는 것이다. 이게 내부에 있는 사람에겐 잘 안 보인다. 자기 얼굴은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이 커지면 관료화는 필연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No’라고 말하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일전에 국내 리서치 회사가 발표한 <망해가는 회사 판별법 20가지> 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예컨대, ‘화장실이 더럽다’, ‘절차를 바꾸기 위한 절차가 만들어진다’, ‘전략 실패의 희생양 찾기에 몰두한다’,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많다’, ‘하루 스케줄의 반 이상이 회의다’, ‘CEO가 자리를 비우면 모두가 활기차다’ 등등 너무나 피부에 와닿는 내용들이다.

# 성공은 어제 내린 눈이다

장자의 ‘득어망전(得魚忘筌)’은 “물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버려라”라는 뜻으로 쓰임을 다한 것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의미다. 새것을 얻고 싶다면 쥐고 있는 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성공의 최대 적은 오늘의 성공이다. 어떤 성공을 거두더라도현실에 안주하지 마라. 잠시 성공을 즐기고 위대한 성장을 위해 다음 발걸음을 내디뎌라.” 성공의 함정에 대한 『코끼리와 벼룩』의 저자, 찰스 핸디의 말이다. 

결국 성공이란 어제 내린 눈이다. 과거 HP의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류 플랫(Lew Platt) 회장 또한 “과거에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 비결은 이제 새로운 세계에선 먹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진정한 고귀함은 이전의 나보다 우월한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이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