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마음, 안녕한가요?
처음에는 스탭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유수 같이 흘러 직급이 오르고 어느새 팀원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그렇게 리더의 자리에 올랐지만,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할지, 그 막중한 부담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리더가 겪는 여섯 가지 유형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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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분명 리더십 강의를 요청받았는데 강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예상치 못한 요청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팀장들을 위로하고 달래는 말도 꼭 해주세요”, “팀장들만 참으라고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요청부터, “팀장들이 잘해야 한다는 강의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라는 담당자의 하소연까지. 처음에는 특정 회사의 상황인가 싶었지만, 비슷한 요청이 반복되면서 이 현상을 주목하게 되었다. MZ세대에 맞춘 리더십 강의가 팀장들에게 섭섭함과 억울함을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실제로 팀장들을 만나보면, “팔로위십(Followship) 강의도 좀 해주세요.”라고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대화를 나눌 때마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리더들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팬데믹 이후 리더십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일대의 마크 브래킷(Marc Brackett) 교수가 쓴 <감정의 발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리더가 선호되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이해해서 잘 조절하는 리더가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는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리더가 겪는 압박과 불안을 인식하고, 이를 잘 조절하는 감정 관리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팀장들의 분노는 팬데믹 이후 찾아온 경기 침체와 시장 변화 속에서도 팀을 이끌며 성과를 내야 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리더의 마음을 알아주는 조직은 거의 없다. 결국 리더는 스스로 점검하고 돌봐야 한다.

만약 리더가 과도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리더십 디레일러(derailer)’ 또는 ‘디레일먼트(derailment)’를 보일 수 있다.

이는 마치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듯, 리더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리더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유형*의 역기능적 리더십을 보일 수 있다.

*윤대현, 장은지 저서 (2021),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인플루엔셜 출판사 p344 재인용

첫째 ‘현실 안주 및 좁은 시야 유형’은 경영 환경에 둔감하고, 단기적 시각에 머물며,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한다. 안일한 목표 설정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방어적 태도,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화 회피가 특징이다. 이들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고,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조직을 정체시키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의사결정 지연 및 갈등 회피 유형’은 복잡한 갈등 상황에서 의사 결정을 회피하거나 과도하게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를 본다. 유관 부서와의 갈등 시 문제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이러한 리더는 갈등을 두려워하며,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 뜨린다.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조직 내 불만이 쌓이고, 협업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셋째 ‘마이크로매니징 유형’은 사소한 일까지 통제하려 하고, 세부 사항에 집착하며, 모든 일을 자신을 통해 결정하려 한다. 이러한 리더는 구성원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창의성을 저해한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잃게 되며, 조직의 성장 가능성은 제한된다.

넷째 ‘파벌 형성 및 사적 이익 추구 유형’은 지연, 학연 등의 인맥을 구축하여 친목을 과도하게 도모하고, 친소 관계에 따라 불공정한 평가와 처우를 한다. 인정받기 좋은 일만 실행하고, 조직보다 개인의 성과를 우선시하며, 조직 전체보다 개인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행동은 조직의 신뢰를 저해하고, 팀워크를 무너뜨린다.

다섯째 ‘공격적 언행 유형’은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폭언과 과도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러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두려움을 조장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해친다. 결국,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고,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부재 유형’은 구성원들과 감정적 교류가 적고, 결정 사항이나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가 부족하며,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이러한 리더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조직에 대한 애정과 몰입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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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로서 이러한 역기능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인 균형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리더의 마음을 관리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타인의 기대와 긴장 속에 자신을 묻어두고, 자신이 겪는 불안과 압박을 무시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무시는 결국,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고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리더십은 타인의 마음을 이끌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을 기억하자.

Profile
설진미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