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用人)의 리더십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했다. 흔히 인사가 만사 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고들 하지만 막상 실전 경영에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쓰고 부리는 일은 가장 까다롭고도 난해한 일이다. 따라서 경영자 최고의 기술은 사람을 보는 안목과 사람을 쓰는 기술이다.
# 용인(用人)의 기술
정치와 권력이야말로 용인의 극치를 달리는 영역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도 바로 이 용인술에서 결판난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앎의 5단계’를 강조하며, 계열사 CEO 선발기준에서도 이것을 적극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경영자는 알아야(知) 하고, 행동해야(行) 하며, 사람을 쓸 줄(用) 알아야 하고, 가르칠(訓) 수 있어야 하며, 사람과 일을 평가할(評) 줄도 아는 종합 예술가로서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1과 2단계가 바로 우리가 늘 외쳐온 지행합일(知行合一)의 단계다.
한편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본인 인생의 80%를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 데 보냈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직도를 먼저 그리고 거기에 알맞은 인재를 배치하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일단 서구에서 확립된 인사 원칙은 “Trust but Verify (일단 믿어라 그러나 반드시 검증하라)”이다. 이 경구는 원래 러시아 속담인데 레이건 대통령이 거론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용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보는 안목, 즉 ‘지인지감(知人之鑑)’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시ㆍ관ㆍ찰(視觀察)의 3단계다.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視其所以],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를 살피고[觀其所由], 그가 무엇을 편안해하는지를 꿰뚫어 보라[察其所安].” 그 외에 사람을 살피는 요체로는 춘추시대 위나라 이극이 군주인 문후(文侯)에게 제시한 인재 등용의 5가지 지침이 유명하다. 기타 주공(周公)이 제시한 육징(六徵), 공자가 말한 구징(九徵), 팔관(八觀), 육험(六驗) 등이 있다. 참고로 유대인들이 사람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어떻게 돈을 쓰는가 2)어떻게 술을 마시는가 3)어떻게 화를 참는가
# 리더십과 권한위임
동양적 관점에서 용인술의 핵심은 <맹자>의 ‘임현사능(任賢使能)’이다. 즉, 어진(賢) 인재에게는 일을 맡기고, 유능한(能) 인재에게는 일을 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역할 구분만으로는 안 되고 엄정한 신상필벌이 충분조건이다. 반대로 인사 실패는 대부분 ‘이모취인 (以貌取人)’이 그 원인이다. 이는 말이나 외모 등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
한편 ‘강거목장(綱擧目張)’은 1450년 세종 서거 당시 신하들이 요약한 세종 정치의 비결이다. 원래 이 말은 작은 것 하나만 들어 올려도 그물이 저절로 펼쳐지는 것을 말한다. 즉, 대체적인 줄거리를 잡으면 세부적인 조목(條目)은 저절로 펼쳐진다는 뜻으로, 사물의 핵심을 파악하면 그 밖의 것은 이에 따라 해결된다는 의미다. 요컨대, 왕이 그물의벼리(綱)를 들어 올리면 그물의 눈(目)이 저절로 펴졌다는 뜻이다. 중요 부분만 움직이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이 말은 모든 현대 조직 운영자의 꿈이다.
결국 리더십은 권한위임(empowerment)의 함수이며, 그 핵심은 공정한 평가다. 불이 났을 경우 휘하 관리에게 빨리 물동이 들고 달려가라고 하는 일인지용(一人之用)은 낮은 단계의 인재 쓰기다. 그보다는 그에게 권한을 주어 많은 사람을 움직여 불을 끄게 해야 한다. 이른바 ‘조편사인(操鞭使人)’의 위임경영이 해답이라는 거다.
이와 관련해서 동양학 최고수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지도자의 등급을 4단계로 나누고 있다. “가장 높은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그가 있는 것만 겨우 알고, 그 다음 가는지도자는 아랫사람이 가까이 여겨 받들고, 그 다음 가는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두려워하고, 그 다음 가는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경멸한다.” 따라서 “성실함이 모자라면 아래 사람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삼가 조심하여 말의 값을 높이고, 공을 이루어 일을 마치되 백성이 모두 말하기를 ‘저절로’ 그리되었다고 할 수준의 리더가 최고의 리더다” 라고 설파했던 노자의 가르침은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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