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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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이 말은 막힌 것을 통하게 해주면 아프지 않게 된다는 <동의보감>의 핵심 원리다. 인간이 피 순환이 안 되면 병에 걸리듯이 소통은 조직의 실핏줄 그 자체다. 따라서 개인이나 조직이나 공히 자신의 ‘의사소통지수(CQ)’를 높여야 한다.

# 소(疏)는 통(通)보다 중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소통(疏通)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도 없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소통이 안 되는 사회란 반증이기도 하다. 우선 소통에서 소(疏)는 통(通)보다 중요하다. ‘소(疏)’란 상대에게 마음의 빗장을 트는 것을 의미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원래 말주변이 없다고 둘러대거나,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투덜대며 불통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말귀를 못 알아듣게 한 책임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우치지 못하면 이러한 ‘만성 소통장애증’의 치료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았다고 하는 어느 외국인 작가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서 문화장벽, 언어장벽을 들먹이지만 한마디로 그건 핑계라고 일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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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통하면 모든 게 통한다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쉽고 단순하게 핵심을 말해야 한다. 이것은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용어 중에 ‘Elevator Pitch’가 있다. 이것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 내에 자신만의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여 중요한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화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화술이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전달 과정과 방법의 문제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에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되고 만다.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직에서 소통의 핵심 가치는 언어적 구사가 아니라 진실된 태도이자 마음이다.

첫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

둘째, 결론부터 이야기하라.

# 조직의 통풍성

국내 모든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시스템적인 것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다. 조직 내 소통의 3가지 차원은 부서 간ㆍ상하 간ㆍ동료 간 문제로 집약된다. 다양한 조직의 경영평가를 해보면 커뮤니케이션 수준이 곧 그 조직의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피라미드형 조직에서 직급이 한 단계씩 멀어질수록 심리적 거리감은 제곱으로 커진다는 것은 ‘켈의 법칙(Kel's law)’이다. 따라서 일단 윗사람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 

결국 리더십은 소통의 게임이다. 특히 경청(傾聽)은 소통의 전공필수 과목으로 두 귀로 남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영국인들은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고 강조한다. 과거 우여곡절 끝에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에게 자신을 CLO(Chief Listening Officer)라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서양판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지혜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걸리나, 듣기를 배우는 데는 60년(耳順)이 걸린다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좋은 임금이 되는 학문, 즉 성학의 ‘성(聖)’이란 글자인데, “입(口)보다 귀(耳)를 우선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소통은 입이 아니라 귀의 문제라는 것이다.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