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백열(松茂柏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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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백열(松茂柏悅). 이 말은 3세기 서진(西晋) 때의 문인 육기(陸機)가 쓴 『탄서부(歎逝賦)』에 나오는 글귀다. “信松茂而柏悅 嗟芝焚而蕙歎”, 직역하면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라는 뜻인데, 벗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할 때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그 짝이 되는 말이 ‘지분혜탄(芝焚蕙歎)’이다. 이는 “지초가 불에 타면 혜초가 한탄한다”라는 뜻으로 동류의 불행을 같이 슬퍼함을 뜻한다.

 

# 비교의 심리학

그리도 못 살던 내 사촌이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땅을 사게 되었다면, 가장 가까운 친척인 나도 기뻐해야 정상적 인간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어느덧 전국에 퍼져 버렸다. 심지어는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나돌고 있다. 이것은 사회 발전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평등이란 기회의 평등이지 절대 결과의 평등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과 공평에 대한 집단적 혼동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잘 되는 모습을 눈 뜨고 보지 못하고 어떤 구실로도 끌어내리려는 고약한 심보를 가리켜 영어로는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라고 한다. 양동이에 게 한 마리만 넣어두면 기어 올라와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여러 마리의 게가 함께 있으면 한 마리가 나가려고 할 때 다른 녀석이 그 게를 잡고 끌어내려서 결국 모두가 못 나가게 된다는 거다.

알고 보면 모든 불행의 씨앗은 비교(比較)에서 잉태되는 경우가 많다. ‘비(比)’라는 글자는 나란히 늘어선 사람이란 모습을 본 딴 것에서 ‘견주다’라는 뜻이 나왔다. 그러나 원래 우리 민족은 그런 속 좁은 민족이 결코 아니다. 좁디좁은 국토의 촌락 공동체에서 협력과 상생은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다. 그 결과 향약, 두레 등 상부상조 전통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오랜 기간 면면히 이어져 왔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국가적 OS인 효(孝) 시스템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인, 중국인들이 <겨울연가>나 <대장금>에 열광했던 가장 근본적 이유는 그들에겐 이미 사라져버린 우리만의 정신 가치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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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효과

경제학에선 주변의 재산이나 소비 수준에 비추어 자신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이웃효과(Neighbor Effect)’라 부른다. 참고로 서양에도 “부자란 그의 동서(처제의 남편)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긴 하다. 영어로는 ‘존스네 따라하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란 표현이 바로 ‘이웃효과’를 지적한 것이다. 특히 각종 SNS는 비교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광대역 통행로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이를 통해 자신이 정의한 생경한 행복을 종용하고 있다. 의도된 선(善)을 강요하는 건 또 다른 악(惡)이다.

앵매도리(櫻梅桃梨), 이 말은 앵두, 매화, 복숭아, 배꽃은 각자 서로 그 시기, 풍미가 다르다는 뜻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서로 우열을 매길 수 없는 것이리라. 결국 비교는 불행의 원료다. “절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라. 그건 내가 보여주지 않을 부분을 다른 사람의 멋진 장면과 비교하는 것이다.” 팝의 여왕, 테일러 스위프트가 팬에게 보낸 편지에 쓴 말이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