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비전 &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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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뭔 소리인지도 모를 황당한 비전을 직원들 목에 걸어주고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비전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것과 같다”라고 말하고 있다.

# 비전은 꿈이 아니다

미션(Mission)이 창업 이념과 철학이라면, 비전(Vision)이란 한마디로 ‘미래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비전이란 단어 자체가 보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추상적인 비전은 아예 없는 게 낫다.

가장 멍청한 사례는 ‘세계 초일류 기업의 창조’와 같은 식이다. “이 담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라는 건 아이들 꿈이기는 하나, 성인이 되면 “10년 내 유명한 외과의사가 되겠다”라는 식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특히 조직에서의 비전은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결정케 하는 기업 멘탈의 원천이다.

# BHAG 원칙과 사례

세계 유수 기업들의 비전 공통점은 ‘BHAG: Big Hairy Audacious Goal(크고 도전적이며 대담한 목표)’로 요약된다. 이는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194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세워진 스탠퍼드대학의 비전은 “서부의 하버드대학이 되자”였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최고로 단순 명쾌한 사례다. 여기에 재미까지 얹으면 금상첨화다. 초기 나이키의 “아디다스를 때려잡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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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 핵심은 핵심가치에 있다

‘규칙 없음(No Rules Rule)’으로 상징되는 독특한 기업문화로 유명한 넷플릭스가 만든 사내 조직문화 지침서인 <컬처덱(Culture Deck)>의 핵심은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이다. 한마디로 “알아서 하되 책임을 져라”는 이야기다. 이 회사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은 잡다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면서 개인에게는 엄격한 원칙과 도덕에 기반한 책임을 요구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스웨덴의 세계적인 조립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비전은 ‘많은 사람을 위해 더 좋은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To create a better every life for the many people)’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가치(IKEA Values)는 공생(Togetherness), 비용 의식(Costconsciousness), 단순함(Simplicity) 등 총 8가지로 구성된다. 특히 ‘사람과 지구에 대한 배려(Caring for people and planet)’라는 최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구촌에 버려진 플라스틱류를 수거하여 재생재를 만들도록 하고 그로 인한 불량 비용을 IKEA가 지불하고 있다.

비전을 떠받치는 전략 슬로건도 그 원리는 비슷하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 중에 브랜드 슬로건의 압권은 애플의 ‘Think Different’이다. 이 두 단어가 내뿜는 차별적 이미지의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 수준이다. 기타 역대 뛰어난 기업들 사례를 보면 벤츠는 ‘Best or Nothing’, 유튜브는 ‘Broadcaster Yourself’, 코카콜라는 ‘Open Your Happiness’ 그리고 페덱스는 ‘The World On Time’이다. 기업은 아니지만 미국 국방부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슬로건은 “You are not forgotten(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이다.

# 기업의 정신력

정신이 강해야 육체도 강한 법이다. PGA에서의 프로 골퍼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다. 박세리의 연못 샷이 보여주었듯이 결국에는 멘탈 싸움인 것처럼 치열한 기업 전장의 승리 또한 그 조직 구성원의 멘탈에서 결판난다. 이는 미션ㆍ비전ㆍ목표 등 가치 관리(value management) 체계의 정렬성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달성된다.

보통 비전을 5분 내 설명해서 상대방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문제보다 이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만약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 슬로건들이 복잡하거나 뜬구름 잡는 식이라면 정말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