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6. [한국경제]

[한경 CFO Insight]
박성배 삼정KPMG 전자정보통신미디어산업1본부장 부대표

 

최근 AI(인공지능)를 통해 구현한 가수의 목소리와 실제 가수 목소리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자주 눈에 띈다. 유튜브에는 국내외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음성 AI로 구현한 다른 가수의 커버곡이 수시로 업로드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창작 놀이 문화가 주위에서 빈번히 나타날 정도로 생성형 AI 기술은 우리 일상 속에 점점 더 스며들고 있다.

2022년 말 미국 오픈AI에서 선보인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전 세계 경제·기술 흐름에 화제의 중심에 있다. AI의 진화는 그동안 계속되어 왔지만, 창작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AI가 진입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을 주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불과 몇 초 만에 상상하지 못한 산출물을 만들고, 오로지 AI를 활용해서 생성한 작품이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생성형 AI 관련 투자가 증가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영상 생성형 AI 기업 ‘런웨이(Runway)’는 2023년 구글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5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한국 영상 생성형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Twelve Labs)’ 또한 영상 검색, 분류 및 생성에 특화된 기술을 선보이며 2023년 10월 엔비디아로부터 국내 AI 스타트업 최초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처럼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108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7% 성장하며 2032년 1,18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의 창작활동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중 웹툰 산업은 이미지 생성형 AI 기술의 활용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네이버웹툰은 특정 작가의 이미지를 학습한 후 해당 작가의 그림을 생성하는 작가별 AI 툴, 사진을 올리면 작가의 화풍에 맞춘 배경을 그려주는 배경 전환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또한 웹툰 채색 작업을 도와주는 '웹툰 AI 페인터’ 기술 등을 선보이며 창작자들의 작업 효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도 생성형 AI 기술 활용을 통한 게임사의 제작 효율화 및 사용자 경험 확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미국 생성형 AI 기업 ‘인월드 AI(Inworld AI)’는 게임 플레이 로직, 네러티브를 짜는 단계부터 NPC 생성 등 게임 개발 전반에 활용되는 AI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주요 게임사 및 관련 기업과 활발히 협업하며 비즈니스를 확장 중이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국내외 주요 게임쇼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 자유도를 높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를 선보이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생성형 AI 부상에 따른 도전과제

창작 분야 내 생성형 AI 기술 도입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여러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는 2023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 사태 사례처럼 콘텐츠 업계 내 확산되는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AI 기술의 발전과 도입은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며 창작 관련 일자리에 영향을 미쳐 전통적인 창작자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잘못된 정보의 양산 및 사이버 보안 또한 주요한 도전 과제다. 생성형 AI는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지만, 그 정확성이나 신뢰성이 항상 보장되지는 않는다. 특히 잘못되거나 편향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환각(Hallucination)의 문제가 두드러져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생성형 AI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경우 디지털 사기, 해킹 등 심각한 사이버 위협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Deepfake, Deep Learning+Fake) 또한 기존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상 특정 인물을 다른 인물로 조작하거나 대체하여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이러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여 AI 중점 사이버 보안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주요국 정부 및 기업에서도 EU의 AI 법안(AI Act)과 같이 AI 관련 규제 및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저작권 문제는 창작 영역의 생성형 AI 기술 활용과 관련된 가장 큰 도전 과제다. 2023년 12월 뉴욕타임즈가 오픈AI에 제기한 자사 콘텐츠 무단 사용 소송과 같이 최근 생성형 AI의 기존 창작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정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에 의해 산출된 결과물과 원본 사이의 유사성을 아직 명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분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AI 산출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한 논쟁도 지속 불거질 전망이다.

성공적인 생성형 AI 투자·도입·활용을 위한 전략

생성형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향후 몇 년은 투자자와 기업이 유망 기업 및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중요 시점이다. 투자자와 기업은 창작 영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이 불러올 도전 과제에 대응하여 정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생성형 AI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기업의 혁신 기술력과 더불어 AI 산출물의 정확성, 안정성, 양질의 데이터 확보 역량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는 콘텐츠 기업은 국내외의 변화하는 AI 저작권 법규 및 여러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별 저작권 규정에 면밀히 대응하여 자사의 IP(지식재산권)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타 생성형 AI 도입 및 활용을 앞둔 기업의 경우 사이버 해킹, 딥페이크와 같은 신종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보안 인력 및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점증하는 사이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기술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때 생성형 AI의 효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