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4  [한국경제] 

[한경 CFO Insight]
삼정KPMG 박홍민 상무

 

대내외 불확실성에 이커머스 저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팽창을 거듭해온 이커머스 시장에서 적지 않은 기업이 출혈 경쟁을 이어왔던 가운데, 엔데믹으로 팬데믹 수혜가 사라지면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2021년 5월 25%로 높게 기록됐으나, 2023년 9월에는 9.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생존 경쟁으로 변모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의 전략적 방향성에 변화가 감지된다. 더이상의 무리한 확장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한 이커머스 기업은 내실 다지기로 전략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상위 사업자들은 기확보한 브랜드 인지도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 창출 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숙기가 도래하자 주요 사업자들은 크로스보더 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 CBEC)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아직까지 크로스보더 커머스 시장 내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외직구·역직구 솔루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쿠팡은 2022년 ‘로켓배송’ 서비스로 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올해 물류센터 구축에도 투자하며 CBEC 시장 선점에 공격적이다. 네이버는 일본 내 ‘스마트스토어’ 유사 모델로 국내 중소 판매자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도와주며 국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테무(Temu)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큐텐(Qoo10), 일본 라쿠텐(Rakuten)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CBEC 관련 행보는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성장 전략 키워드가 수익성으로 이동함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 기업도 포착된다. 그 일환으로 기업들은 버티컬 커머스 전략을 내세워 전문관 강화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들은 특히 프리미엄 뷰티, 럭셔리 카테고리에 주목한다. 이는 온라인 뷰티 시장에 아직까지 절대적인 강자가 없고, 신규 고객의 구매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뷰티는 특히 20대부터 40대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가 집중되는 품목으로, 폭넓은 연령대의 여성 소비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뷰티·럭셔리 카테고리의 제품은 생필품·식료품 대비 단가가 높아 거래액을 쉽게 높일 수 있다. 신선식품보다 관리가 용이할 뿐 아니라 고마진 카테고리로서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B2C·B2B 등 다방면으로 고객을 확보하려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 기업보다 높은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매자뿐만 아니라 판매자(Seller)까지 플랫폼 상에 최대한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참여자 규모에 따라 플랫폼 영향력이 증대되는 구조적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고 독점적 지위를 확립하려는 플랫폼 사업자의 행보는 저마다의 락인(Lock-in) 전략에서 드러난다. 쿠팡, SSG닷컴 등은 자사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 및 플랫폼의 다양한 혜택을 연동해, 하나의 멤버십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멤버십 전략으로 소비자 유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쿠팡와우’에 최근 자사가 보유한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 배달앱 쿠팡이츠 등과 연동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이탈 방지, 실적 상승 등 복합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락인 경쟁은 판매자를 대상으로도 펼쳐지고 있다. 쿠팡은 오픈마켓 입점 셀러의 물류 프로세스 전반을 지원해주는 ‘로켓그로스’로,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및 브랜드 스토어 사업자가 상품 소싱·관리에서부터 마케팅·판매·고객 관리 등 사업 운영 전반에 필요한 솔루션을 지원하는 ‘커머스솔루션마켓’ 등을 수익화해 셀러 락인에 나서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복잡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으나, 앞으로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상위 사업자의 영향력이 강화되며 자본력을 갖춘 상위 플랫폼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별화된 역량 확보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단기 적자폭을 축소하는 데 매몰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하며, 성장성과 수익성 간 밸런스 유지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한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계열사 혹은 이종 업종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한 연계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차별적 사업 확장은 지양해야 하나, 시장 재편 상황에 맞춰 비즈니스를 다각화하는 등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는 노력 또한 지속해야 할 것이다

한편 리오프닝으로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다시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의 기존 고객을 고정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 수립이 시급해졌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은 통합적 락인 생태계 형성을 바탕으로 한 독점적 지위 구축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B2C·B2B 통합적 락인 생태계를 구축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소비자·판매자 대상 유료 솔루션에 따른 부가 수익 창출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수익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