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0  [연합인포맥스] 

[IB스토리]

삼정KPMG 정유철 재무자문부문 상무

 

2023년 1월 기준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전년과 비교해 3개 기관 감소한 347개 기관이다. 이 중 기획재정부 경영평가 대상이 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87개이며, 주무부처 주관의 경영평가와 일정 수준의 운영상 자율성이 부여되는 기타 공공기관은 260개에 달한다. 특히, 시장형·준시장형으로 분류되는 32개의 공기업은 대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사회 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민간과 경쟁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공기업은 여타 민간 기업처럼 성장과 구조조정의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역대 최대인 583조 원을 기록했다.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재무지표와 재무성과, 재무개선도 등을 평가하여 공공기관 중 14곳을 재무위험 기관으로 선정했으며, 정부는 공공기관 업무 중 민간과 겹치거나 위탁이 가능한 부분은 조정하고, 부채가 과다한 공기업은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경영 정상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항상 주목받는 것은 M&A를 통한 자회사 또는 사업부 매각이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비핵심사업을 매각함으로써 고유 사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사업을 확장하고, 기존 보유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에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효과적인 전략이다. 특히 공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인허가 이슈로 신규진입이 어렵거나 오랜 기간 운영되어 온 사업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과거 10년간 공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자산을 매각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공기업이 자산 매각을 시도하는 시점이 보통 관련 업황이 어려운 시점인 경우가 많아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거나, 참고할 만한 비슷한 공기업 M&A 사례가 많지 않아 매각 시점의 시장 기대와 공기업의 눈높이가 다른 경우가 많고 절차적 정당성, 적정 가격 논란, 관련 인력의 고용 이슈 등 민간기업의 M&A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은 점 등이다.

그렇다면, 공기업 M&A가 활성화되기 위하여 공기업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무엇보다도 공기업은 자산매각을 조직의 축소나 구조조정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보다 비핵심자산을 매각하여 핵심 역량에 재투자하는 전략과 자원(resources)의 재분배(reallocation) 관점으로 접근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상시적인 전략적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전략적 활동이기에 특정 시점의 시황이나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매각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와 관련 정부부처 간 책임감 있는 논의를 통해 실제 매각 가능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일단 매각이 결정되었다면 매각 T/F 등을 통해 확고한 매각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M&A를 추진해야 한다. 매각 가능여부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토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의 관심 저조, 단독입찰이나 유찰 등으로 인한 매각가격 하락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셋째, 최소 매각가격(기준가격)과 공정한 경쟁절차를 통해 형성된 매각가격의 비교과정에서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공기업은 주로 자문사를 통해 산출한 자산가치(재무상태표 상 순장부가액 분석) 및 수익가치(추정 현금흐름할인), 상대가치(유사사례 분석) 등을 종합 고려하여 매각대상 자산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재 시장상황 및 경쟁강도, 매각대상 회사의 실적, 유사사례 등을 충분히 참고하여 결정해야 한다. 헐값 매각 논란을 의식하여 시장의 평가와는 다른 너무 터무니없이 높은 기준가격을 형성하게 되면 매각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매각 가능성에 대한 사전검토와 적정 매각 기준가격 산정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자산 매각이 사회적 이슈나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전략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내부 T/F 및 자문사의 역량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내야 한다.

성공적인 M&A로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선진국의 공기업처럼 우리 공기업들이 활발한 M&A를 통하여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는 사례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