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에서 본 K-콘텐츠 시장

2022. 10. 31 [연합인포맥스]

[IB스토리]

김양태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

"식사는 잡쉈어?" 수리남의 대사가 전 세계를 들썩인다. 통신망을 타고, 이제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진짜 '수리남'에서도 K-드라마 '수리남'을 본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을 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한다. 바야흐로 한국 콘텐츠(K-Contents) 전성시대다. 어떻게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투자시장 관점에서 현재의 콘텐츠 시장을 분석해 보자.

한국 콘텐츠 산업은 전례 없는 초과수요 상태다. 국내 드라마 콘텐츠 시장은 6개 채널에서 평균 연간 15편 내외, 약 100여 편 정도 제작하는 시장이었다. 최근 광고 시장의 주요 매체가 인터넷으로 이전되면서 광고 수익의 의존도가 큰 방송사들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드라마 제작은 줄여왔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발(發) OTT 시대가 열렸다. OTT들은 한국 콘텐츠 시장의 가성비를 맛보고, 주문 버튼을 눌러댔다.(미국 드라마 1편의 제작비면, 한국 드라마를 8편 이상 만들 수 있다) 2022년 넷플릭스는 자사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16편을 예고했고 디즈니 및 애플도 5편 등 국내외 기타 OTT, 해외 매체까지 고려해 보면 약 50여 편이 추가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OTT로 인하여 시장규모가 단숨에 50% 이상 성장했고, 향후 2~3년 이내로 OTT 오리지널 제작 편수가 100편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급증하는데, 매수인이 공룡이라면? 뭉쳐서 힘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글로벌 OTT와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주요 콘텐츠 회사들은 M&A에 힘썼다. SLL(구 JTBC Studio)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비해 드라마 제작사 다수를 인수했다. 프로덕션 에이치,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퍼펙트스톰 등 산하 레이블만 15여 개에 달한다. SLL은 역량 있는 제작자들을 레이블화 시키면서 단숨에 국내 최대 제작 규모를 보유하게 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역량 있는 작가를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박지은 작가가 있는 문화창고, 노희경 작가가 있는 지티스트 등을 인수했고, 올해 9월 '소년심판'을 제작한 길픽쳐스도 인수했다. 산하 레이블만 8개에 달하며, 최근 CJ ENM 산하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도 레이블로 추가했다.

전년부터 올해 초까지 투자시장은 드라마 회사들로 들썩였다.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전 대표는 드라마 회사 이매지너스를 설립한 직후, 국내 대형 PE로부터 500억을 투자받았다. 또한, SLL의 드라마를 이끌던 함영훈 전 본부장이 설립한 스튜디오플로우는 키이스트로부터 300억을 투자받았다. 설립한 첫해 천억 원이 훌쩍 넘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인정받아 수백억 원을 투자받는 것은 다른 업종에서는 상상도 어려운 일이다. 이보다 더 뜨거운 시장이 있는가?

IP를 보유하고 있거나 IP의 멀티 유즈(Multi-use,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전략)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은 드라마 회사에 투자하거나 관련 인력을 영입했다. MLB와 디스커버리 브랜드로 유명한 패션기업 에프앤에프는 최근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 콘텐츠를 약 235억 원에 인수했다. 직간접 마케팅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IP를 공동으로 창출해낼 전략이다. 또한, 게임 'BTS World'를 만든 테이크원컴퍼니는 테이크원스튜디오를 설립하여 '루카: 더 비기닝'을 제작했으며, 광고 제작사인 비전홀딩스는 최근 유명 드라마 회사인 보스콘텐츠를 인수했다. 밸류 체인(Value-chain) 통합 움직임, IP 멀티 유즈 등 다양한 목적과 전략으로 M&A가 일어나고 있다.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업종일수록 M&A가 활발히 일어난다. 지난 2년간 한국 콘텐츠의 흥행과 맞물려서, 콘텐츠업계의 M&A와 투자는 어느 업종보다 뜨거웠다. 그러나 콘텐츠 업종의 M&A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OTT간 M&A, 이종 콘텐츠 간의 M&A, 플랫폼과 콘텐츠 간의 M&A, 디바이스(Device) 회사와 네트워크(Network) 회사의 M&A 등 앞으로 펼쳐질 한국 콘텐츠 미래의 지각변동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