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6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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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CFO Insight]
삼정KPMG 경제연구원
최근 글로벌 경제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그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중국 경제 둔화, 코로나19의 추가 확산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속도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향후 경기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정적 시그널이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
이미 높은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유·식량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더욱 거센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이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전쟁의 여파로 IMF는 2022년 4월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4.4%(2022년 1월 전망치)에서 3.6%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 또한 3.0%에서 2.5%로 크게 낮추었다.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과 3개월 전보다 상당히 악화된 것이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해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4%로 집계되어 2020년 2분기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2022년 1분기 중국 GDP 또한 전년동기대비 4.8%의 증가율을 기록해 올해 목표치인 5.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는 한 달째 전면 봉쇄되고 있으며, 수도 베이징도 일부 지역이 봉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로 인해 중국의 경기 둔화는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및 인플레이션, 세계 경제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높아지는 경기 침체 가능성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 주장하던 미국 연준은 현 인플레이션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의 경우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대비 8.5% 급등하여 1981년 12월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연준 의장 파월은 불황도 불사하고 1980년대에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작년과는 완전히 달라진 매파적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연준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였으며, 양적 긴축 또한 6월부터 착수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치를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FedWatch에 따르면,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3%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양적 긴축으로 인한 유동성 감소 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긴축의 충격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4월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은 과거 1970~80년대 오일쇼크 및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 흡사하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은 과잉 유동성 관리 실패와 석유파동 등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1970년대 말엔 10%를 넘는 광의통화(M2) 증가율과 최고 15%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런 위기상황이 한창이던 1979년 10월 그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 경기가 침체되고 있음에도 기준금리를 15.5%로 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1981년 6월에는 인플레이션이 15% 가까이 치솟자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는 극단적 고금리 정책을 단행하였다. 그 결과 은행 금리는 20% 넘게 상승하였으며,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길거리에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다. 주식·자산시장 또한 폭락을 피할 수 없었다.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현재 글로벌 경제는 본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와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금리 인상기에는 대부분 경제의 약한 고리들이 터져 나오며 경기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에 기업들은 긴축이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에 대비하고, 최악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전사적 리스크 관리 강화에 힘써야 한다. 자사의 주요 리스크 점검, 경기 상황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상정한 마스터플랜 마련 등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 역량 확보에 힘써야 한다. 둘째, 생산성·효율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비용 절감을 촉발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은 R&D와 같은 미래 지향적인 투자 비용을 축소하기보단, 생산성과 운용 효율성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에 더 집중하여 미래 성장동력 유지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생산성·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장비·디지털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자사 생산성 최적화에 힘써야 한다.
셋째, 기업의 핵심 역량 및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자사 핵심 상품·서비스에 집중하여 차별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또한 고객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 니즈를 충족하고, 고객경험 개선에 힘씀으로써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도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침체는 대부분의 기업에게 시련의 기간이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재, 자산 등을 좋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전략적 M&A·선제적 투자를 통해 침체 이후의 신사업기회 확보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즈(Myron S. Scholes)는 ‘위기가 도래했을 때 폭풍우 속에서 우산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실화되고 있는 위험 징후를 무시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침체에 휩쓸리는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방향을 잃어버리고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향후 다가올 상황을 예측하고, 기업의 핵심 경쟁력 및 생산성·효율성 강화 등 체질개선에 힘쓴 기업들은 위기를 신속히 탈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투자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점차 침체가 가시화되는 현 상황에서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현실화될 수 있는 경제적 겨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기업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