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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극장가에서 영화 <오디세이> 이야기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 8월 5일 개봉해 놀란 감독 역사상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고,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 여파로 원작 관련 도서 판매량도 전년 대비 약 600% 뛰며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함께 채우고 있습니다.

      스크린에서 본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다시 확인하러 가는 이 흐름이 저는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원작이 궁금해서만은 아닐 겁니다. 오디세우스의 10년은 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트로이를 함락시킨 영웅이 집으로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이 전쟁 기간의 열 배입니다. 폭풍이 배를 부수고, 신들이 변덕을 부리고, 부하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어요. 파도의 방향을 바꿀 수도, 포세이돈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이타카에 도착합니다. 그 사이에 그가 실제로 해낸 일들을 들여다보면, 전부 통제 불가능한 상황 안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을 찾아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 나온 《인생에 한번은 오디세이아》는 이 여정을 심리학의 언어로 풀어낸 책입니다. 옥스퍼드에서 고전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는 저자 샘 아크바가, 오디세우스가 통과한 시련들을 현대인의 삶 곁에 나란히 놓고 다시 읽어냅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예요. 이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이 구분을 매 순간 정확히 해내는 것, 그것이 오디세우스가 살아 돌아온 진짜 이유라는 겁니다. 이 구분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세이렌입니다. 오디세이아 원전 속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 노래를 들은 뱃사람은 홀린 듯 바다로 뛰어들어 죽습니다. 노래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어요. 문제는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를 들었을 때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자동으로 반응해버리는 게 문제니까요. 오디세우스는 그 노래를 굳이 듣고 싶어 했습니다. 대신 이렇게 준비했어요.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기 몸은 돛대에 단단히 묶게 하고, 노래가 들리는 동안 자신이 아무리 애원하고 명령해도 절대 풀어주지 말라고 미리 지시해 두었습니다. 노래가 시작된 순간에는 이미 늦습니다. 모든 설계는 그 전에 끝나 있어야 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 통제할 수 있는 것, 이 구분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업은 통제를 다루는 일입니다. 무엇이 어디서 어긋날 수 있는지 미리 찾아내고, 어긋나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이 전문성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시즌이 다가오면 정작 통제 밖으로 밀려나는 항목이 하나 생깁니다. 자기 자신입니다.

      마감일은 내가 정하지 않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자료가 언제 넘어올지, 리뷰 코멘트가 몇 시에 떨어질지도 알 수 없어요. 이 시기에는 통제 불가 영역이 평소보다 훨씬 넓어집니다. 그런데 사람은 이 확장된 불확실성 앞에서 이상한 반응을 보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더 세게 붙잡거나, 반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마저 놓아버리거나. 둘 다 소진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잠을 줄여서 확인 또 확인을 반복하는 것도, “이번 시즌엔 다 포기하자”라며 몸을 방치하는 것도 결국 같은 실패입니다.

      세이렌 앞의 오디세우스처럼, 노래가 울리기 전에 먼저 정해 두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시즌 중에는 이 세 가지부터 통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수면

        다섯 시간 이하가 며칠 이어지면 교감신경이 꺼지지 않습니다. 밤새 업무를 붙잡고 있어도 다음 날 판단력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 카페인

        과량은 그 자체로 심장이 빨리 뛰고 손이 떨리는 몸 상태를 만듭니다. 나중에 나올 불안 증상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요.

      • 식사

        거르면 저혈당이 오고, 그 반응 역시 불안 증상과 거의 겹칩니다.


      시시하게 들리실 겁니다. 그런데 이게 밀랍입니다.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해두는 사소하고 확실한 일.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좁은 해협에서 한쪽의 괴물 스킬라와 다른 쪽의 소용돌이 카립디스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완벽하게 안전한 항로는 처음부터 없었어요.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습니다. 완벽한 업무처리, 충분한 수면, 가족과의 저녁, 흐트러짐 없는 체력. 이 넷을 전부 지킬 수 있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리 정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무엇을 조금 내려놓을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포기는 견딜 만합니다. 반대로 선택하지 않은 채 하나씩 놓치다 보면 훨씬 더 깊이 사람을 무너뜨립니다.

      그런데도 불안이 너무 심해진다면, 밀랍도 돛대도 준비했지만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튀어 오르고, 숨이 막히고, 손끝이 저리고, 이러다 잘못될 것 같은 공포가 아주 또렷하게 몰려오는 순간. 이건 몸이 지금을 위기 상황으로 오판해 비상 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한 상태입니다. 도망칠 준비를 하는 건데, 도망칠 대상이 없을 뿐이에요. 이런 공포가 예고 없이 반복되고, 또 올까 봐 걱정하는 시간이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그 걱정 때문에 회의를 슬슬 피하기 시작한다면 — 이건 혼자 통제하려고 애쓸 단계를 넘어선 신호입니다.

      이럴 때는 감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검증된 도구로 한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래 QR로 연결되는 자가 점검은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심각도 척도입니다. 문항이 많지 않고 10분~15분이면 끝납니다. 점수가 높게 나온다고 큰일이 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정확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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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이 뛰는 것은 내가 정하지 못합니다. 그 뒤에 무엇을 할지는 내가 정합니다. 이번 시즌을 건너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AUTHOR
      설진미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