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팀장이 겪는 ‘제2의 사춘기’
“There’s no coming to consciousness without pain.”
참된 자각은 고통을 동반한다.
-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팀장으로 승진하던 날은 분명 기쁜 순간입니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면 예상보다 훨씬 큰 혼란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자신 있게 해내던 일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성과보다 사람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에서는 신임 팀장이 겪는 이 시기를 ‘제2의 사춘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직급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리더인가’라는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왜 예전처럼 하면 안 되는 걸까?” 신임 팀장이 받는 가장 큰 충격은 지금까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실무자 시절에는 자신의 업무를 정확히 수행하고 뛰어난 성과를 내면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팀장이 되는 순간 평가 기준은 달라집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잘 하는가’가 아니라, ‘팀이 얼마나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가’입니다.
직접 해결하던 문제는 이제 팀원과 함께 풀어야 하고, 통제 가능한 일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훨씬 많아집니다. 예전에는 정답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답보다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 성장은 익숙함을 내려놓을 때 시작된다
흔들리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에고(Ego)의 한계’입니다. 분석심리학자 융은 이러한 경험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기존 에고의 적응 방식이 한계에 이르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에고는 지금까지 성공을 만들어 준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역할이 달라지면 이전의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불안과 좌절이 시작됩니다. 겉으로는 프로젝트가 꼬이고 팀원과 갈등이 생기며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기존 자아가 더 이상 새로운 역할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고통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더 넓은 자기(Self)를 향해 의식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긴장으로 이해합니다. 다시 말해, 고통은 지금의 방식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내면의 신호이며,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는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성장은 언제나 ‘익숙한 나’를 내려놓는 데서 시작됩니다. 많은 신임 팀장들은 팀원과의 갈등이나 프로젝트의 차질을 경험하면 “나는 리더 체질이 아닌가 봐”, “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융은 고통을 무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개성화(Individuation)가 시작되는 징후로 보았습니다. 개성화란 더 넓은 자기를 향해 성장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익숙했던 자기 모습이 흔들리는 경험을 만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첫째, 그림자(Shadow)를 마주하게 됩니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과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 뒤에는 자신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인정하기 어려워 하는 그림자가 숨어 있습니다. 반복되는 좌절은 그 그림자를 없애 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통합하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둘째, ‘유능한 실무자’라는 정체성이 조금씩 해체됩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 주었던 성공 경험을 내려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과정을 거쳐야 팀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방식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며,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새로운 도구도 유연하게 활용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좋은 리더!
좋은 리더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신임 팀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융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긴장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심리적 역동을 ‘초월 기능(Transcendent Function)’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통을 억누르거나 피하기보다 그 의미를 성찰할 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임 팀장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닙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기, 모든 답을 혼자 찾으려 하기보다 팀과 함께 배우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약함이 아니라 협력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기, 리더도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입니다.
흔들리는 시간은 무너지는 시간이 아닙니다. 팀장이 된 후 찾아오는 혼란은 결코 리더십의 실패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 온 과거 에고의 성공 방식을 내려놓고, 더 넓은 시야와 깊은 관계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융의 말처럼 참된 자각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합니다. 오랫동안 나를 정의해 준 익숙한 자아를 내려놓는 일은 심리적으로 ‘내가 파괴되는 듯한 느낌(Symbolic Death)’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피하지 않고 내 안의 한계와 그림자를 직면할 때, 비로소 새로운 리더십이 솟아나게 됩니다. 지금의 흔들림은 당신이 리더로서 부족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더 큰 자기(Self)를 향해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너무 서둘러 자신을 평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리더십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 참고 자료: 이승욱. (2025년 12월 24일). [융의 잠언 3] 고통이 다가올 때 [블로그 포스트]. 휴맨남성심리상담센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human-coun/224066836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