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넘기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오후 회의가 다시 재생되고, 답장하지 못한 메일이 떠오르고, 내일 보고가 미리 걱정된다. 몸은 분명히 쉬고 있는데 어쩐지 하나도 개운하지 않다.
많은 직장인이 이 장면에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의지나 체력이 아니라, 뇌가 아직 ‘업무 모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우리 뇌에는 외부의 일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더 활발해지는 회로가 있다. 뇌 영상 연구자들은 이것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이하 DMN)라고 부른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 연구자들조차 놀랐다. 사람에게 과제를 시키면 특정 영역의 활동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려갔고, 반대로 멍하니 쉴 때 그 영역들이 다시 켜졌기 때문이다. 뇌는 결코 꺼지지 않으며,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야말로 뇌의 기본 설정값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드러났다.
DMN의 정체성은 위치보다 작동 방식에 있다. 바깥일에 주의를 쏟는 회로(과제 집중 회로)와 DMN은 시소처럼 움직인다. 일에 몰입하면 DMN은 내려가고, 일에서 손을 떼고 안으로 향하면 DMN\이 올라온다. 그래서 DMN이 켜질 때 뇌가 하는 일은 지극히 ‘나’와 관련된 것들이다. 나에 대한 생각, 지난 일의 회상, 다가올 일에 대한 상상, 그리고 정처 없이 떠도는 마음.
여기서 핵심적인 반전이 있다. 퇴근 후 머릿속이 시끄러운 이유는 DMN이 꺼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DMN이 켜졌는데 그 내용이 부정적인 곱씹기, 즉 반추(Rumination)로 흐르기 때문이다. ‘아까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내일 또 그 일이 반복되면’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상태다. 실제로 우울에서는 DMN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과하게 연결되는데, 이것이 부정적 반추와맞물려 있다는 것이 임상 연구들의 일관된 보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