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진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경쟁력으로
금융위기 여파로 위축됐던 국내 금융권의 해외 진출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되며 괄목할 만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국내 은행권 전체 수익에서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은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로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단순한 외형 확대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번 호에서는 금융사를 위한 ‘해외진출 2.0’ 전략 방안을 모색해본다.
# 해외진출 2.0, 글로벌 전략 패러다임의 전환
해외진출 2.0 시대에는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신성장동력과 핵심 사업을 축으로 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다섯 가지 관점에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목표의 전환이다. 글로벌 금융환경이 고도화되면서 단순한 외형 성장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해외사업의 핵심 목표는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과 중심으로 재설정되어야 하며 해외사업 또한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동반한 성장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타깃 시장의 전환이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리스크의 분산과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신흥국 중심의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북미(자산관리·투자은행), 유럽(핀테크·지속가능 금융시장), 인도(테크기반 금융 생태계) 등 ‘지역·산업 기반 다각화’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사업 모델의 전환이다. 리테일·대출 중심 이자수익에 의존한 사업 모델이 지속가능한 안정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해외사업 모델을 IB(투자은행)·WM(자산관리)·보험·자산 운용 기반의 비이자수익 중심 모델로 전환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넷째, 채널의 전환이다. 물리적 점포와 지점 설치를 기반으로 한 기존 해외사업 확장은 비용, 규제, 속도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채널 전략을 오프라인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플랫폼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섯째, 거버넌스의 전환이다. 글로벌 사업이 빠르게 확대될수록 본사 중심의 일방적 관리 방식은 한계를 드러낸다. 각 지역의 규제·고객 특성·시장 구조가 상이하기 때문에 해외사업 관리 체계를 ‘권역별 분권’과 ‘글로벌 통합 리스크 관리’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재편해야 한다.
# 정교한 리밸런싱과 구조적 혁신을 통한 재도약 전략 필요
해외진출 2.0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 트랙은 기존 해외사업의 정밀한 리밸런싱이다. 기존 해외 법인·점포·사업 부문별 수익성과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재평가해 자본 효율성이 낮거나 구조적 저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단기 수익성이 낮은 국가는 자원 투입을 지속하는 방식의 차등적 운영이 필요하다. 국가·지역별 매력도와 자본 효율성을 기준으로 매각, 통합, 정리, 사업 전환, 선택적 확대 등 선택지를 세분화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 트랙은 차세대 글로벌 요충지와 신사업 개척이다. 동남아 신흥시장, 인도·중앙아시아, 중동 등은 디지털 금융 수요 확대, 금융 포용성 제고, 빅테크와 금융업 간 융합 가속화 등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만큼,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사와 현지 경쟁자들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국내 금융사는 M&A·파트너십 등 외적(Inorganic) 성장과 기술 기반 확장 모델을 결합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입해야 한다.
# 사업 진단-리밸런싱 설계-실행 및 고도화의 3단계 로드맵
해외사업 리밸런싱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현재 보유한 국가·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진출국의 성장성이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지속할 수 있는지, 현지 정치 상황이나 규제, 거시 변수로 인한 리스크 프로파일이 어떤 형태로 변화하는지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사업 구조의 실제 수익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 ROE(자기자본이익률) 수준의 분석을 넘어, RWA( 위험가중자산)·규제준수 비용·리스크 비용·조달비용을 모두 반영한 RAROC(위험조정자본수익률) 기반의 수익성 분석이 필수적이다.
리밸런싱 설계 단계에서는 글로벌 사업 진단을 통해 도출한 국가별·사업별 매력도를 바탕으로, 각 국가와 사업을 확대·유지·축소 세 가지로 구분하는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 고성장 시장은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성숙·정체 시장은 비용과 수익성의 균형 차원에서 유지 전략, 저효율·저성장 시장은 축소 혹은 철수 대상으로 분류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인력·기술의 재배분 원칙을 명확히 설정하고, 각 전략 그룹별 KPI(핵심성과지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실행 및 고도화 단계에서는 기존 사업 안정화와 미래 성장 확보가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트랙 1차원에서는 점포 효율화와 구조조정을 본격 실행해 저효율 점포를 폐쇄·통합하고, 고성장 시장에서는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재배치해야 한다. 트랙 2와 관련해선 미래 글로벌 요충지 선점을 위한 신속한 M&A, 신규 파트너십 발굴이 필요하다.
국내 금융사에게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해외진출 2.0은 단순한 전략 변화가 아니라 금융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며,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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