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는 전인미답의 신문명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AI는 한마디로 인간 지능의 산업화이다. 이런 세상에선 그동안 진리라 여겨졌던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은 매우 위험한 제안일 수 있다. 평생 일구어 놓은 지식ㆍ경험의 텃밭이 어느새 토플러가 말한 무용지식 (Obsoledge)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우물 파기로 먹고 살아온 이 땅의 폭 좁은 전문가들에겐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딥러닝의 대부, 캐나다의 요슈아 벤지오 교수의 “깊고 좁게 알면 AI에 먹힌다”는 말은 일종의 확인 사살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고 했다. 학문(學問)이란 원래 ‘박학심문(博學審問)’, 즉 배움은 폭넓게, 질문은 깊게 하라는 뜻이다.
# Industry 5.0의 핵심 가치
현재 대두되고 있는 인더스트리 5.0은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넘어, 새롭게 제시된 인간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이다. 최초 인더스트리 4.0은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처음 제안된 산업의 디지털 전환(DX) 전략으로, IoT와 AI를 통해 정교한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위기 이슈 등으로 인간 소외, 사회적 불평등과 지속가능성 문제 등이 야기되었다.
인더스트리 5.0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중심의 산업패러다임을 제시한 개념이다. 이 용어는 2020년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EU는 이를 통해 기술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지구 환경을 고려한 신산업으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특징은 AI와 스마트 로봇이 인간의 창의성을 보완하며 전략적 협업(Co-creation)을 강조한다. 새로운 인간-기술 협업 패러다임을 채택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다논 그룹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관통하는 3가지 핵심 가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인간 중심(Human-centric)
2)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3) 회복탄력성(Resilience)
# Case Study: 전략적 결합의 뉴노멀
시대에 따라 인재상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과거 인재상의 변천사를 보면, 성실함(1.0), 전문성(2.0), 창의성(3.0), 그리고 공감과 협업(4.0)을 기준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이 4단계가 모두 주어진 게임 규칙 안에서 뛰어난 사람을 뽑는 프레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지능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전면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인재의 정의는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인재 5.0’은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새로 정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사람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기존의 인재상은 한우물만 파온 ‘I자형’에서 출발해서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타 분야와 소통할 수 있는 통섭ㆍ융합형 ‘T자형’ 인재 시대를 열었다. 그에 따라 디자인 싱킹, 메타러닝, 브리꼴라주, 폴리매스(Polymath) 등 통섭적 연결을 강조하는 키워드들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AI 혁명과 함께 기술의 수명이 너무나 짧아지고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은 과거와는 전혀 딴판인 세상을 열어젖히고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최근에는 다중 전문성(Multi-Specialty)으로 상징되는 [M자형 인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알파벳 ‘M’의 형상처럼 두 개 이상의 견고한 전문성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멀티 스페셜리스트(Multi-specialist)’라 불리는 최고급 인재 유형이다. 그 핵심은 A라는 전문성으로 B라는 영역
의 문제를 해결하는 ‘교차역량(Cross-competency)’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 다중 전문성: 한우물만 파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두세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보유 (예: 개발 역량 + 마케팅 감각 +데이터 분석 능력)
• 융합 및 연결 능력: 단순히 여러 기술을 가진 것에 그치지 않고, 이 기술들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
• 높은 적응력(Resilience): 한 분야가 사양 산업이 되더라도 다른 전문 기둥을 활용해 빠르게 변화에 적응
궁극적으로 ‘인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인재 5.0 시대,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질문’이다. 이제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IQ 10,000 수준의 AI 영역이다. 인재 5.0은 기술과 인간, 데이터와 직관이라는 서로 다른 요소를 연결하여 전혀 새로운 가치의 맥락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또한 인재 5.0은 기술에 압도당하지 않는 플랫폼형 인간으로 ‘인간다움’을 주무기로 삼는다.
결국 기계가 가질 수 없는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성찰, 그리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심장이 곧 미래의 가장 강력한 화폐가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교육, 배치 등 HRD 전 과정이 통째로 변해야 하는 엄청난 사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AI라는 도구적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인간다움’을 지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지성, 유발 하라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