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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갈등, 다르게 보면 무엇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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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 단절 배너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리더십은 어떤가, 인사는 공정한가, 보상은 적절한가, 문화는 좋은가”라는 질문에 CEO와 임원의 90%는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반면 직원들은 단 10%만이 긍정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 간극을 우리는 흔히 ‘세대 갈등’이라고 부릅니다. 동상이몽,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서로의 생각은 이토록 다릅니다.

      이 간극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은 솔직히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낸 경우는 얼마나 있었을까요? 세대 갈등을 ‘세대 차이’로 프레이밍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잘못된 처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MZ는 이런 특성이 있고, 베이비부머는 저런 가치관을 가졌다”는 설명은 분류는 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고정된 카테고리에 가두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앞선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같은 조직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인식 속에 있습니다. 90%와 10%의 간극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소통의 단절입니다. 세대를 이해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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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상사는 ‘꼰대’가 아니라 ‘생존자’다. 불편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상사는 어떻게 그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까. 그들은 수십 년간 그 조직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같은 시기에 입사했던 동료들, 선배들, 동기들도 조직을 떠났습니다. 그 자리에 남은 이들이 바로 지금의 상사입니다. 진화생물학에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은 것들만 보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한 이들을 잊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윗사람들은 그 조직의 문화, 평가 기준, 생존 방식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방식은 단순한 ‘구세대 감각’이 아니라, 그 조직에서 검증된 생존 코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곧 ‘옳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생존 방식 자체가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복잡한 조직의 역학을 읽는 통찰, 위기를 버텨낸 내성, 성과를 만들어온 실행력. 이것은 단순히 ‘오래 다닌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 실질적인 역량입니다. 생존자를 이해하라는 것은 그들의 방식을 정당화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방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읽고 나서 비판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상사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십 년간 검증해 온 자신의 방식이 어느 날 도전받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 코드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한 번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가. 내가 살아남은 그 조직의 문화가, 지금 이 사람을 떠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두 번째, 세대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차이다. 직장 내 갈등의 상당 부분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보고를 먼저 하고 움직이는 사람과, 결과를 만들고 나서 공유하는 사람. 회의에서 즉각 의견을 내는 사람과, 충분히 생각한 후에만 말하는 사람. 이 차이는 나이와 무관하게 존재합니다.

      MBTI가 직장에서 유행처럼 번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완벽한 도구는 아니지만 MBTI는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일하는가’를 설명하는 공통의 언어를 제공합니다. “팀장님은 왜 보고를 이렇게 자주 요구하지?”가 아니라 “아, J 성향이라 계획과 진행 상황 확인이 중요한 사람이구나”로 이해의 틀이 바뀝니다. 세대차 교육은 상대를 ‘세대’라는 집단으로 보게 만들지만, 일하는 방식에 대한 대화는 상대를 개인으로 보게 만듭니다. 이것이 중요한 차이입니다. 갈등은 집단 간에 발생하지만, 소통은 언제나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세 번째, 이해의 책임은 양쪽에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자칫 아랫사람에게만 이해의 짐을 지우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상사를 이해하라, 생존 코드를 파악하라. 하지만 90%와 10%의 간극을 만든 책임이 아랫사람에게만 있지는 않습니다. 소통의 단절은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구조의 문제입니다. 불편한 진실을 말했을 때 불이익이 돌아오는 조직, 피드백이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조직,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튀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조직에서는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소통의 공간은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그 구조를 바꾸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닙니다. 그것은 리더의 몫이고, 조직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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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와 10%의 간극 앞에서, 윗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이런 질문이 됩니다. 당신은 지금 이 조직이 누군가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깊이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세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짜 해법은 따로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일한다, 당신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언어와 구조를 함께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요?


      저자 소개
      AUTHOR
      설진미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