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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결핍, Stay hungry!



      길고 고통스러웠던 무명의 단역 생활,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본 복싱 경기에 영감을 받아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그는 대본을 들고 제작자를 찾아가 간절히 매달렸다.

      “제발, 저를 주연으로 써 주십시오!” 주변의 반대와 조롱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주연 자리를 차지했고, 단 28일 만에 촬영된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바로 1976년 개봉한 영화 <록키>의 실베스터 스탤론이었다. 특히 “포기하지 않는 한, 넌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영화 속 주인공(록키 발보아)의 대사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강한 용기를 부어주었다.


      # 배고픔을 즐겨라

      무릇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창조를 낳는다. 인류의 위대한 작곡이나 발명은 모두 외롭고 배고픈 삶에서 잉태된 것이다. <미나리>로 한국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은 평소에 “가장 연기가 잘 될 때는 돈이 없을 때다”라고 했다. 극한의 인내심으로 때를 기다리며 16세기 일본 전역을 통일하고 에도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남긴 말은 큰 울림이 있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보라, 모든 위대한 변화는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 중 유명한 [Stay hungry]가 전하는 진수가 바로 이것이다. 원래 헝그리 복서가 파이팅이 좋다는 것은 복싱의 바이블이다. 그것은 배를 곯는 게 아니라 내면의 간절함에서 울리는 인생의 광채다. 역시 인생에선 ‘결핍(缺乏)’이야말로 인간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특효약이자 폭발적인 창조의 원료임에 틀림없다. 더 나아가면 인생 최고의 역설, 즉 ‘연단(鍊鍛)이 축복’이라는 심오한 경지로 진입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결핍’은 임의로 누군가를 지치게 만드는 과로와 희생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거는 건설적인 요구와 불편함을 감수하는 고난도 훈련이다. 쉽게 말해 내가 지금 편하다면 아마도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사진 출처: 스티브 잡스_Wikimedia Commons

      #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라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라.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올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유대인의 성공 비결은 그들의 부족함(Lack)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유일한 자원인 두뇌 개발을 위한 교육에 집중한 데 있다. 부족함은 어떤 이에게는 실패의 핑계, 또 어떤 사람에게는 성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맹자>에는 ‘생우우환 사우안락(生于憂患 死于安樂)’이라는 글귀가 있다. 어려운 상황은 사람을 분발하게 하지만 안락한 환경에 처하면 쉽게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맑은 날이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All sunshine makes a desert)”는 아랍 속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원래 캐나다 북부 초원 지역에는 사슴과 이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천적인 이리 때문에 사슴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자 캐나다 주정부에서는 이리 박멸작전에 나서 대대적인 사냥을 벌였다. 그뒤 이리가 사라지자 숲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 사슴들의 번식력은 크게 떨어지고 병약해지면서 집단으로 병들어 죽어갔다. 천적(天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혹한을 거친 뒤에야 피는 식물의 ‘춘화현상(春化現象: Vernalization)’도 같은 차원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조직도 사람도 담금질이 필요하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결국 고통과 결핍이 걸작을 만들고, 불가마에서 도자기가 나오는 법이다. AI 반도체 황제주, 엔비디아(Nvidia)가 그 좋은 사례다. CEO 젠슨 황은 늘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편안함은 성장의 적’임을 강조하며, 의도적으로 어려운 도전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겨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리라. 중요한 것은 현대 조직이 만들어 가야 할 것은 사람을 소진시키는 결핍이 아니라, 성장을 자극하는 ‘좋은 긴장감’이라는 점이다.

      “땅이 비옥하면 사람들은 나약해진다. 좋은 과일과 좋은 군인을 동시에 배출한 땅은 없다.”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로도토스의 말이다.


      저자 소개
      이동규 교수 · 칼럼니스트 베스트셀러 저자

      인기 칼럼니스트(조선일보ㆍ헤럴드경제/ 국제 PEN클럽 정회원) 및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이다. 현재 서울벤처대학원 초빙교수,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대통령직속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유니크한 언어의 쇼츠, 「두줄칼럼」은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으로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 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