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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스펙




      요즘엔 너도나도 스펙, 스펙 하지만 사람은 절대 무슨 통조림 같은 공산품이 아니다. “스펙 좋으면 일도 잘한다”라는 통설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요즘 젊은이들이 신봉하는 MBTI도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일이 적지 않다. 그동안 동서양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天性)은 안 변하지만, 태도와 취향은 바뀐다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사회적 조건과 자격 같은 형식으로 분류하고 대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은 내팽개쳐져 왔다. 따지고 보면 사람에게 스펙 운운하는 건 일종의 인격 모독이다. ‘아프니까 청춘’은 더욱 아니며 아프면 환자일 뿐이다.


      # 기업경영의 Rule No.1

      경영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채용(staffing)과 면접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선 신입사원들에겐 피말리는 면접의 법칙 제1조는 ‘잘난 모습’ 보다 ‘바른 인성’이 먼저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의 면접 현장에서 나온 최빈출 단어도 ‘인성(人性)’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선 말로는 ‘톡톡 튀는 인재’를 뽑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던하고 사고 안 칠 것 같은 사람’을 원하는 증거라는 예리한 비판도 있다.

      면접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3045 법칙’이란 것도 있다. 이는 답변 시간은 30초를 넘기지 않고 1분 자기소개는 45초만 쓴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서 유명한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 있는데, 이것은 타인이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파악하기에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과거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은 그의 저서 『Silent Message』에서 사람들은 상호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 정보인 말은 단지 7%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비언어적인 요소가 93%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시각 정보(바디랭귀지) 55%, 청각 정보(목소리) 38%라는 것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사실은 일단 모습(외모)이 중요하지만, 사실상 대답하는 내용 보다 청각, 즉 보이스 및 말투가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조직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말보다 말투, 처세보다 처신이라는 거다.

      바야흐로 시대는 중후장대, 경박단소를 넘어 ‘온후지정(溫厚之情)’ 시대를 맞고 있다. 현재 공무원 시험 인기는 바닥으로 추락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이미 신 채용 문화를 도입했다. “거추장스러운 스펙은 가라, 우리는 우리 식의 인재를 원한다”라고 외치고 있다. 세계적인 ‘스펙 다이어트’ 트렌드에 발 맞추어 국내 대기업들도 필수 제출 서류에서 학위 제외, 적성검사 폐지 등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참고로 HR 전문가가 말하는

      인재 채용에 중요한 진짜 〈SPEC〉은 다음과 같다.

      *S: Social *P: Physical *E: Emotional *C: Cognitive



      # 최고의 스펙은 인성이다

      한편 학교, 사무실, 지하철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성 파탄의 현장을 보라. 이는 우선 ‘인성보다 성공’을 외쳐온 부모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외모 지상과 물질 숭배로 뒤범벅된 이 천박한 풍토에서 바른 인성을 기대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요즘은 그나마 ‘학벌보다 인성’이라는 외침이 조금씩 커지고 있음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무릇 바탕(質)이 좋아야 단계(品)를 거쳐 모양(格)이 나오는 법이다. 성(性)이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소재다. 성에서 바탕이 성질(性質)이고, 이를 닦아야 성품(性品)이 길러진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인격(人格)이 바로 설 수 있다. 원래 사람이란 커다란 시련을 당하기 전에는 진정으로 참다운 인간이 되긴 거의 불가능하다. 대나무의 마디같이 혹독한 시련과 아픔의 성숙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김칫독을 땅에 묻는 일이나 그 뜨거운 대장간의 쇠 담금질도 같은 이치다.

      궁극적으로 어떤 자리나 모임이건 인격적 충전 없이 앞자리에 나가려 하는 건, 마치 발끝으로 오래 서 있으려는 것과 같다. 특히 향후 인류가 AIㆍ로봇과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사, 배려, 공감 등 바른 인성은 인간에게 절대적 비교우위를 부여해 줄 것이다.

      “위대함은 지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위대함은 인격에서 나옵니다.” 2024년 3월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행해진 연설에서 NVIDIA CEO, 젠슨 황이 강조한 말이다.



      저자소개

      이동규 교수/ 칼럼니스트 베스트셀러 저자
      국내 저명한 칼럼니스트(조선일보,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자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다. 기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및 대통령직속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 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