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자동차 관세 인하, 교역 안정성의 기반 마련
이번 한·미 협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자동차 관세 인하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조정되고, FTA(자유무역협정)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품목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양국이 동일하게 15% 관세율을 유지하기로 한 합의는 교역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는 자동차와 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제조업의 비용 부담을 덜고,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수출 전략을 보다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조선업 중심의 구조적 협력
여기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가 포함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와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는 산업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다. 특히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 상한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안정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업 협력은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되며, 신규 선박 건조 과정에서 장기금융 조달 방식이 활용될 예정이다. 더불어 투자 구조가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고, 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을 5:5로 배분하는 안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는 점은 장기적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 미·중 관세 완화와 공급망 회복 시그널
미국과 중국 간 합의 또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의 단초가 되는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펜타닐 관련 품목의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추고, 미국의 ‘섹션 301조’ 보복관세 면제를 내년 11월 10일까지 연장했다. 중국은 해운·물류·조선 분야 수수료 부과를 1년간 유예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와 반도체 교역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반도체 공급망 회복과 원자재 조달 여건 개선을 전망케 하며, 주요 제조업이 직면해 온 공급 제약이 완화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 관세 리스크 대응, 기업의 선제적 준비 필요
이번 협상으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완전히 정상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리스크 관리와 관세 최적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비특혜 원산지’가 추가 관세 부과의 핵심 기준이 되는 만큼, 공급망에 변화가 생기는 즉시 원산지 재판정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미국 관세청의 유권해석을 통해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활용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협정 요건을 충족하면 차량과 주요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나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조공정 관리부터 원자재 가격, 원산지 데이터 축적까지 사후 검증에 대비한 체계를 탄탄히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완성차·배터리셀·모듈 등 다양한 부품이 결합되는 품목은 미국 관세청이 추가 데이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사전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체계가 개편되면서, 미국 내 생산 또는 수리에 사용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관세가 기존 50%에서 25%로, 한국산은 최대 15%까지 낮아질 수 있다. 이 변화에 맞춰 통관 절차와 사후 용도증명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교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대응이다.
이번 협상은 미국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일부 낮추며 통상 환경 안정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 이제 기업은 변화의 속도를 정확히 읽어야 하고, 그 속도보다 반 박자 앞서 대응 체계를 다져야만 한다. 결국 누가 먼저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번 협상이 만들어낸 기회는 전혀 다른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