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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nking Gray! 세대 갈등,
      흑백논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최근 세대를 상징하는 신조어들이 주목받고 있다. ‘젠지세대(Generation Z)’, ‘젠지스테어(Gen Z Stare)’, ‘영포티(Young Forty)’ 등 세대를 구분 짓는 표현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호에서는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의 해법을 살펴본다.

      # 피할 수 없는 세대 갈등

      직장 내 세대 갈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직원들은 제대로 일을 안한다”고 말하고, 젊은 세대는 “윗분들은 꽉 막힌 꼰대”라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서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만 커질 뿐, 대화의 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불편하고 피곤한 대립의 이면에는 이분법적 사고(dichotomous thinking), 즉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 ‘내 편이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흑백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때때로 빠지는 사고의 함정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분법적 사고는 기분과 자존감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부정적 정서를 유발한다. 직장이라는 평가적인 환경 속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더욱 갈등을 증폭시킨다. 세대 갈등은 단순히 업무 방식의 차이를 넘어 ‘내 세대의 가치관’과 ‘존재 방식’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지기 쉽다. 예를 들어, 젊은 직원이 회식에 불참한 단순한 일도 이분법적 사고의 렌즈를 통과하면 “요즘 애들은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결론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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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 갈등이 생기는 이유? 자기집단 강화, 복잡성 회피

      이런 사고에는 두 가지 심리적 기제가 숨어 있다. 첫째는 자기집단 강화다. 자신이 기대하거나 옳다고 믿었던 방식이 부정당한다고 느낄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우리’를 선(善)으로, ‘그들’을 악(惡)으로 구분해 불안정한 자존감을 방어한다. 둘째는 복잡성 회피다. 세대 갈등은 가치관, 조직 문화, 의사소통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지만, 이분법적 사고는 이를 ‘윗사람 문제’ 혹은 ‘요즘 애들 문제’로 단순화해 인지적 부담을 줄인다. 문제는 이런 흑백논리가 실제 조직 내 ‘말과 행동’에도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직장인 3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률 79.1%)* 에 따르면, 상사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 1위는 “이 일 네가 책임져라”(45.7%)로 나타났다. 뒤이어 “그냥 시키는 대로 해”(31.4%), “이 정도밖에 못해?”(25.0%)가 2~3위에 올랐다. 반대로,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 1위는 “이거 제 업무 아닌데요”(41.8%)였으며, “이거 왜 해야 하죠?”(35.4%), “저 그런 거 잘 못해서요”(28.9%)가 그 뒤를 이었다. 즉, 상사는 책임을 떠넘기고, 부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이 각각의 금기어로 꼽혔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바로 “책임을 나누지 않고, 흑백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이다. 상사는 ‘모두 네 책임’이라고 말함으로써 통제와 위계를 지키고, 부하는 ‘그건 제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방식으로 자기 방어를 택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둘 다 불안을 통제하려는 시도이지만, 그 결과 회색지대에서의 협력은 포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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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 갈등의 해법 ‘회색 사고’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Thinking Gray, 즉 회색사고다. ‘회색사고’란,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이다. 완전히 옳지도, 완전히 틀리지도 않은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기보다, ‘다름’으로 이해하려는 훈련이 필요하다.

      첫째, ‘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그으려 하지 말고, 공유 가능한 영역을 찾아야 한다. “이건 네 일, 저건 내 일”이 아니라 “이 일을 더 잘하려면 우리가 함께 어떤 역할을 나눌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꾸면, 조직의 대화는 훨씬 생산적으로 변한다.

      둘째,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라. “상사가 항상 내 의견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 때, “지난 두 번의 회의에서 내 제안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구분해보자. 감정과 판단을 섞지 않으면, 문제의 본질이 훨씬 명확해진다.

      셋째, 연속선상에서 평가하라. 사람의 태도나 성과는 0점 아니면 100점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이 직원의 강점은 70점, 아쉬운 부분은 30점”이라고 생각하면 즉각적인 분노 대신 이해와 코칭의 기회가 생긴다. 완벽한 사람도, 완전히 무능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모두 회색의 어딘가에 있다.

      Thinking Gray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불편한 진실을 무디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가치와 불안을 함께 견디는 과정이다. 상사는 부하직원의 실수를 ‘전적인 실패’가 아닌 ‘70점짜리 결과’로 보고, 부하직원은 상사의 요구를 ‘권위의 강요’가 아닌 ‘책임의 분담’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조직 내 대화가 살아나고, 갈등은 성장의 자원이 될 것이다.


      Profile

      설진미 /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 위원 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