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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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구사하는 단어 중 가장 생산적인 단어는 유아기 때 배우는 단어다. ‘YES’와 ‘NO’가 대표적이다. 특히 ‘No’는 영어 어휘 가운데 사용 빈도면에서 상위 50위권에 오른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거절하는 방법은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워야 한다. 의외로 이걸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셋째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이다. 중국의 바둑 격언인 〈위기십결(圍棋十訣)〉에는 ‘사소취대(捨小取大)’가 있다. 실제로 하수는 급한 곳을 틀어막고자 하는데, 고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중요한 곳을 둔다.

이는 일의 우선순위 결정(prioritization)과 관련한 경영학 이론 중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의 교훈과 상통하는 내용이다. 이것은 ‘중요함(Important)’과 ‘시급함(Urgent)’의 선택 함수다. 요컨대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거다. 알고 보면 급한 일이 중요한 경우는 드물다.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다.” 탁월한 시간 관리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말이다.

# Yes와 No

한편 기쁠 땐 약속하지 말고, 슬플 땐 결심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정치인은 다수가 ‘Yes’라고 외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아는 사이에 부탁을 거절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 간 문제는 늘 ‘Yes’에서 생긴다. 더구나 달콤한 제안에 덥석 손을 잡은 결과는 늘 끝이 좋지 않다. 그러나 ‘No’를 하면 그때는 좀 그렇지만 문제가 커지진 않는다. 특히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최악은 일어나지 않는다. 요컨대, 기분좋은 ‘No’, 즉 ‘우아한 거절(elegant refusal)’을 연습하라. 문제를 일으키는 건 언제나 ‘Yes’이지 ‘No’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No’라고 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중병에 걸렸다고 보면 된다. 주로 덩치가 커짐에 따라 조직 내 관료주의가 만연한 결과, Whistle Blower가 사라지고 “침묵은 금이다”가 현명함으로 이해되면 이게 바로 대기업병이다. 과거 토요타, 폭스바겐의 대량 리콜의 근본 이유다.

# 거절의 미학

행복은 한마디로 ‘거절의 기술’이라는 작가도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이라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있는〈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는 “원치 않는 부름에 응하지 않는 것, 그것이 행복의 본질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실에서 우아한 거절은 매우 어려운 경지이긴 하나 담에 더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직장 생활에서는 덜 중요한 일에 ‘No’라고 말할 때마다 가장 가치 있는 업무에 ‘Yes’라고 말할 기회가 생긴다.

기업경영에서도 거절은 일종의 황금과도 같다. 그 속에는 황금과 같은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거절에서 오는 두려움은 더 큰 결과로 보상한다. 〈Linked-In〉은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전문 SNS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 네트워크와는 다르게 특정 업계 사람들이 서로 구인구직, 동종업계 정보 팔로잉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23년 상반기 기준 9억 5,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받게 되는 거절은 오히려 간과하기 쉬운 정보를 모을 기회를 제공한다. 전략과 목표를 수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하자면, 거절 속에는 황금과 같은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초기 스티브 잡스는 집중이란 ‘Yes’가 아니라 ‘No’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진정한 집중은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들에 대해 ‘No’라고 말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그 유명한 “혁신이란 천 번의 좋은 제안을 퇴짜 놓는 일이다(Innovation is saying no to 1,000 things)”라는 말도 같은 차원이다. 결국 조직의 성공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배제하고, 핵심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그의 혁신 철학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철학은 기업문화의 세계적 대가, 짐 콜린스의 명저〈Good to Great〉가 낳은 명구 “Good is the enemy of great”가 주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국내 저명한 칼럼니스트(조선일보, 헤럴드경제, 국제 PEN클럽 정회원)이자 베스트셀러『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다. 기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및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 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