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착각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逐鹿者不見山).” 이 말은 중국의 고대 서적 <회남자(淮南子)>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사슴을 쫓는 사냥꾼이 먹이에만 집착하여 주변의 산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여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우매함에 대한 경고다.
실패학(失敗學)의 대가인 미국 다트머스대 시드니 핑켈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경영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업의 진로를 잘못 설정해 놓고 이를 고수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실패 원인의 대부분은 ‘능력 부족’이 아닌 ‘변화 거부’ 때문이라는 거다. 아무리 예전에 잘나갔다고 할지라도 기존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똑똑한 CEO들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그가 타인보다 지적 능력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착각에 기인한다. 그 결과 고집을 철학이라 우기고 오기를 뚝심이라고 강변한다.
# 경영자의 착각
많은 솔선수범형 경영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을 믿고 잘 따라오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케팅만 잘하면 잘 팔릴 거라는 것도 큰 착각이다. 숫자에 대한 맹신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큰 모순은 직원들이 자신의 통제에 따르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능동적으로 일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한편 경영자가 빠지기 쉬운 것 중에 으뜸은 일사불란, 만장일치의 유혹이다. 그러나 수많은 경영 사례에서 얻어진 교훈은 “유일한 아이디어는 위험하다”는 거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반대 의견이 하나도 없을 때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안건 찬성 비율은 거의 100%이다.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조직 문화야말로 위험한 경고 사인이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선 “답은 하나만 있다”라는 단선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업 아이디어는 역설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낮은 법이다. 혁신은 오히려 긍정보다는 부정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무도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20세기 미국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끈 GM의 전설, 알프레드 슬론 회장의 말이다.
# 곤경에서 탈출하는 법
살다 보면 누구나 곤경에 빠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죽은 말 이론(Dead Horse Theory)>이다. 그 핵심 개념은 간단하다. 자신이 죽은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죽은 말을 포기하고 그 말에서 내려 떠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지 않은 경우, 정반대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으로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거다. “잘못된 기차를 탔다면,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려야 한다”라는 건 일본의 속담이다.
그러나 설마공화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했음에도 자존심이 몹시 상하는 데다 남들에게 체면 깎이는 일이라 중도 포기나 철수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곤경에 빠졌다는 자각이 닥쳐오면서 그 후에는 운이 자기를 인도하길 바라며 "못 먹어도 고"를 외친다. 일종의 설마증후군이다. 이런 심리적 현상을 경제학에선 '매몰비용 효과(Sunk Cost Effect)'라 부른다.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정책이 여기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
따라서 경영자의 중요한 덕목은 자신의 결정이 올바른 게 아님을 알았을 때 즉시 그걸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조직들의 내부에는 여전히 '활동적 관성(Active Inertia)'이라는 병적 증세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럴 리 없다고 당신이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