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으로 완성되는 여름휴가
이상하다. 분명히 휴가를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쉬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는 많은 이들이 휴가 후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휴식을 보낼 수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진정한 휴식의 의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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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다녀오면 더 피로했던 이유, 소비 중심의 휴가 때문?!

휴가철이 다가오면 직장인들은 으레 ‘행복’이나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립니다. 그 순간만큼은 업무로부터의 해방감을 기대하며 여행을 계획하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꿈꾸기도 합니다. 럭셔리한 호텔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최신식 장비를 활용한 멋진 레포츠, 유명 맛집 투어 등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휴가를 반복하면서 때때로 공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문득, “이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즐거움일까? 삶 자체가 의미 있게 느껴지는 휴식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이런 고민 끝에 우리는 진정한 휴식과 삶 자체가 의미 있는 즐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프랑스의 전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그의 저서이자 공약집인 『삶의 질』*에서 중산층이 지향해야 할 삶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 기준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정의했습니다.

* 이승욱 著 〈나는 꽤 괜찮은 내가 될 거야〉 p190~191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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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퐁피두가 제시한 이 기준들을 살펴보면, 진정한 즐거움과 삶의 의미는 단순히 소비하거나 수동적으로 즐기는 것보다는, 스스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더 잘 느껴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즐거움은 단기적인 만족감을 넘어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충만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 이후 더 큰 피로와 허무감을 호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 중심의 휴식에만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진정으로 쉬게 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시 일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과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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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보다 뺄셈으로! 마음 비우고 도전하기

그래서 저는 조금 색다른 관점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휴식을 굳이 무언가를 더하거나 목표를 세우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오히려 ‘뺄셈’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휴가에는 자신을 채우는 대신, 마음을 비워내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무엇인가를 이루거나 보여주려고 애쓰는 대신, 그냥 멍하니 앉아 하늘을 바라보거나, 소리 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겁니다. SNS를 끄고,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은 채, 오롯이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공간과 여백을 허락할 때,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내면의 기쁨과 신선한 통찰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휴가에는 “나는 진정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보는 건 어떨까요? 내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들고, 의미 있는 휴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는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휴식이란 삶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가치와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소비적인 휴가가 주는 일시적 즐거움을 넘어, 이번 휴가는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진정한 나의 삶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Profile
설진미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