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언어
어떤 회사를 방문해서 전체 임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할 때 누가 CEO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 대개는 그 중에 가장 겸손한 사람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점이다. 많은 리더들은 마이크를 잡으면 일단 근사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또한 청중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문용어 등 현학적인 말을 사용하여 자신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 Language is power!
언어란 한마디로 생각의 집(House of Thinking)이다. 일찍이 세계적인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L. Wittgenstein)은 “언어의 한계는 그 삶의 한계”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 사회에선 ‘무엇(What)’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Who)’ 말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연설의 기술(Art of Speech)>에 대한 오랜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짧은 표현이 최상이며 청중에게 익숙한 표현이면 더욱 좋다는 거다. 이를 위해선 늘 생각을 미분하고 언어를 인수분해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짧고 단순하며, 비유적 아포리즘으로 줄이는 훈련, 여기에 유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특히 정치와 외교에서 언어는 기적의 원료다. 국민의 마음을 관통하는 언어를 제조하는 것은 70m 거리에서 50원짜리 동전을 맞춘다고 하는 양궁 과녁 10점 만점(Golden Ten)을 때리는 일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페기 누난 여사는 “훌륭한 리더십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되며,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고 정의했다.
# 세계의 명연설
자고로 변명은 길고 웅변은 짧다. 역사상 모든 명연설(Great Speech)의 공통점은 쉽고, 짧고, 반복형이라는 사실이다. 그 감동의 비결은 결코 어렵지 않으며, 삶의 익숙한 보편적 진리를 통해 벅찬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그 비결은 한마디로 ‘잡소리 빼기’이며, 가능하면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라 (Use Their Language)는 것이다. 특히 업무 상황에서는 항상 선행화법(결론 우선)을 쓰는 게 중요하며 반복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정립된 대화의 비법 3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알기 쉽게
②간결하게
③인상 깊게
1933년 대공황 당시 첫 취임 연설에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라는 단 한마디 말로 미국인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히틀러는 비록 전범이었지만 그의 짧고 반복적인 언어는 차라리 마약이었다. 과거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도 유명하다. 쉬운 게 어려운 거란 말이 이것이다.
한편 미국카네기멜런대 언어기술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미국 대통령 연설은 중학교 정도의 학력이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케네디의 베를린 선언, 마틴 루터킹 연설과 더불어 세계 정치사 3대 연설에 포함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은 불과 2분간, 10개 문장, 272개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오죽하면 사진사가 촬영을 준비하는 도중 연설이 순식간에 끝났기 때문에 연설 사진이 한 장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경영자는 그 자체로 걸어 다니는 비전이다. 무엇보다 리더의 언어는 가능한 한 쉽고, 짧게 그리고 단순 명쾌해야 한다. 옛말에도 언필유중(言必有中), 즉 요령 있고 사리에 맞는 말을 하라고 했다. 리더의 언어와 태도는 곧 그 조직의 품격이자 위상이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