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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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험한 자동차랠리에서 뜨거운 승부를 가를 핵심성공요소(CSF)는 무엇일까? 일단 사막 자동차랠리에는 두 명이 함께 조를 이룬다. 한 사람은 운전대를 잡고 또 한 사람은 방향키를 잡는다. 여기서 운전자의 스킬보다 중요한 것이 ‘페이스노트(Pacenote)’이다. 이것은 코파일럿이 옆에서 읽어주는 사전 답사한 길 상태, 조건, 장애물 등을 상세히 적어 놓은 기록이다. 랠리에선 속도가 생명이긴 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모르고 앞으로 달려만 간다면 그건 바로 죽음이다. 프로 골퍼들도 하나같이 거리보단 방향이라고 말한다.

# 빠르게 vs 바르게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Life is not speed but direction)”라는 것은 서양의 유명한 명언이다. 그러나 미국의 실존주의 심리학자, 롤로 메이(Rollo May)에 따르면, 인간은 길을 잃었을 때 더 빨리 뛰어가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빨리 가르치지 않고 바르게 가르칩니다.” 이것은 미국의 어느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소개한 한인 태권도장 앞에 걸린 플래카드다. 인생에선 역시 ‘빠르게’ 보다 ‘바르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사례다. 이런 모든 일들이 가리키는 교훈은 단순하다. 그건 한마디로 방향이 틀리면 빨리 가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다.

# 삶에 방향이 없다면?

삶에 방향이 없다는 건 그 자체로 재앙(災殃)이다. 영어의 ‘재앙(disaster)’이란 단어는 사라진다는 뜻의 ‘d is’와 별을 뜻하는 ‘aster’로 구성되어 있다. 어원상 ‘별(aster)’의 불길한 배치, 소멸을 뜻한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에 뱃사람들은 별을 보고 방향을 잡았는데, 짙은 구름이 끼거나 폭풍우가 오면 별이 사라져 방향을 잃게 되므로 그것을 재앙이라고 한 것이다. 한자로 보면 ‘재앙(災殃)’은 쉽게 말해 불난리와 물난리가 합쳐진 상태를 의미한다. 재앙에서 ‘앙(殃)’ 자는 ‘하늘의 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인생에서 운(運)이 길이라면 액(厄), 앙(殃) 등은 웅덩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남보다 못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도 자신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위하면서 피 같은 시간을 써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속으론 이건 아닌데 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종국에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 목표가 많다는 것은 방향이 없는 것

오늘날 성과지상주의에 내몰린 대부분 직장인들은 목표 달성이 지상과제다. 바람직한 기업의 과학적인 계기비행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략목표, 경영목표, 사업목표, 본부목표, 세부목표 등등 유사한 이름의 목표들이 칼춤을 추게 되면 조직은 유령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각종 KPI 성과평가는 이들에게 방향이란 건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실제 경영평가를 해보면 실사 현장에서 자신의 속한 조직의 목표를 알고 있는 직원은 놀랍게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비전과 핵심가치(core values) 또한 그 공유(sharing) 정도가 중요한데 이것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영에서 권한위임과 투명한 정보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 주는 대목이다. 결국 조직 내 목표가 많다는 것은 방향이 없는 것이다. 이걸 제대로 잡아주는 게 리더십이다. 중국의 마윈 회장은 목표는 3개 이내로 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제 길을 찾기 위해선 일단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게 근본 이치다. 방향은 인생의 핸들이자 나침반이다. 일단 북쪽으로 간 사람은 남쪽으로 돌아가기는 거의 틀렸다고 보면 된다. 목표는 바꿀 수 있고, 또 바꾸어야 하는 거지만 방향은 다르다. 역시 목표보다 방향이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