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미래, 콘텐츠 다양화부터 시작해야
최근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내 서브컬처(Subculture) 콘텐츠, 즉 다양한 니치 콘텐츠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서브컬처의 인기 트렌드의 등장 배경과 콘텐츠 밸류체인별 기업의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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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부상 배경은?

올 한 해 국내 극장가에서는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의 서브컬처 게임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높은 흥행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흔히 오타쿠 문화로 불리며 일부 경시되기도 했지만, 최근 높은 인기를 얻는 서브컬처 콘텐츠라는 점이다. 넓은 의미의 서브컬처는 소수가 즐기는 독특한 장르 전반을 일컫는다. 이미 대중적인 인기가 어느 정도 보장된 소재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유통되는 주류 콘텐츠가 아닌, 실험적이고 개성 강한 소재와 다양화된 장르의 니치 콘텐츠를 의미한다.

최근 서브컬처 콘텐츠의 부상은 글로벌 음악, 영상, 웹툰·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 전 분야에 걸쳐서 발생하고 있다. 인기 상승 배경에는 기술적 요인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웹툰, 게임 플랫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자막 기능 덕에 언어에 대한 장벽 또한 낮아지면서, 글로벌 다양한 지역 및 장르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취향을 구체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기술의 발전은 또한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는 데도 기여했다. ‘YouTube Culture & Trends Report(2022)’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 5,722명 중 61%는 본인이 어떤 것· 사람의 ‘찐팬’, ‘슈퍼팬’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글로벌 취향 공동체를 이뤄 깊은 유대감과 소속감을 바탕으로 놀이문화를만들며, 다른 이용자의 흥미와 유입을 이끌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취향을 쫓는 ‘힙스터’ 문화가 긍정되는 사회 트렌드도 최근 서브컬처 부상의 배경으로 보인다. 독립 영화, 인디음악 등 비주류 문화 소비를 선호하는 이들은 젠더, 인종, 지역 다양성을 포용하는 감수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자신이 선호하고 지지하는 신념, 가치를 반영한 제품 소비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MZ세대 중심으로 개성과 다양성,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대되며, 사회에서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관련 소비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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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삼정KPMG 경제연구원

확 커진 서브컬처 콘텐츠,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그렇다면 기업들은 최근 서브컬처 콘텐츠 수요 확대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먼저 콘텐츠 기획·제작 단계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다양화된 콘텐츠 확보를 위해 로컬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특색 있는 장르 정체성을 반영한 개별 독립 레이블을 다양 하게 둔 멀티 레이블 운영 체계를 구축해 콘텐츠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엔터사인 하이브의 경우 국내외 다양한 장르 음악을 하는 엔터사를 인수하며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해오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는 미국 유명 래퍼들이 소속되어 있는 힙합 전문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를 인수하며 장르 다양성 확대에 나섰다. 콘텐츠 기업은 또한 버추얼 유튜버와 같이 부상하는 신기술과 접목해서 새롭게 등장한 콘텐츠 장르와 포맷에 대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유통단계에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고유한 개성을 지닌 작품 포트폴리오, 큐레이션을 통해 시장내 입지를 갖추고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의 미국 배급사로도 알려진 MUBI는 최초의 SF영화 ‘달세계 여행’(조르주 멜리에스 감독, 1902) 등과 같은 고전 영화 및 독립 영화 중심의 특색 있는 큐레이션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구축한 사례이다. 그 밖에 콘텐츠 기업들은 기술투자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7월 이용자 개개인의 정보 등에 대한 AI 학습 기반의 이용자가 가장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을 최적 시점에 제시하는 기술 ‘헬릭스 푸시’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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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삼정KPMG 경제연구원

고객 서비스 단계에서 기업들은 서브컬처, 니치 장르를 즐기는 팬들이 모여 놀 수 있는 커뮤니티 조성에 적극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팬덤 플랫폼 ‘디어유’, 하이브의 ‘위버스’ 등 국내 K-pop 산업은 팬덤 비즈니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사례이다. 특히 향후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의 기술 발전과 함께 Web 3.0 시대가 도래하며 콘텐츠 산업 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팬들이 콘텐츠 소비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과 거래를 하며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해 나가며, 이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갈수록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컬처 콘텐츠는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주변부에 위치하지만, 오히려 기존 주류 콘텐츠의 문법과 공식에서 자유로이벗어나 있어 참신한 문화와 사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새롭고 다양한 니치 콘텐츠에 대한 높아진 수요를 고려한 전략을 통해 기업은 시장에서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 새로운 시도에 열린 혁신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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