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지친 적이 있는가?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일상에서 생각이 많고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다면 정신적 활동이 과다하게 많은 증상일 수 있다. 과도한 정신적 활동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분명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정신적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서 잘 지치는 편이라면 생각과 함께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는 법을 모색해 보자.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신가요?”
“제 생각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시도 멈출 수가 없어요. 머릿속에서 생각을 멈추게 하는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이 많은 것도 병이다’는 말이 있다. 생각이 과하게 많은 증상을 일컫는 ‘정신적 과잉활동 증후군(PESM, Personnes Encombrées de Surefficience Mentale)’이 있다. 정신과적 진단이나 질환명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증상’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그러나 누 구나 겪는 일상적인 증상이라기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성향의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전 세계 인구의 10~15% 정도가 정신적 과잉활동 성향이있다고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다.
# 많은 생각과 감각과민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정신적 활동이 과도한 사람들이 많이 만들어 내는 세 가지가 있다. 생각이 많고, 감정이 많고, 주변 감각에 과민하다. 선천적으로 감각 활동이 예민해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이 모두 발달한 사람들은 어떤 하나의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부수적인 정보들은 거르는 활동을 어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중요도와 관계없이 모든 감각을 입력하고, 또 하나하나 관심을 주게 되고 생각 또한 많아진다. 다양한 생각들에 재빠르게, 그러나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반응하면 그 생각들이 어느새 나에게 들러붙어 있다.
각 생각들이 만들어 내는 감정이 다양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과민성은 타고난 신경회로의 문제이기에 ‘나는 왜 이런 것일까’를 탐색해 보는 게 큰 의미가 없으니 그 질문은 내려놓자.
애석하게도, 생각의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부정적인 생각의 비율이 높아진다. (긍정적인 생각만 급속도로 많아지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울증, 즉 양극성장애에 가까울 수 있다.) 정신적 과잉활동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창의적인 활동에 강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는 한편으로는, 부정적 생각으로 인해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이유 없이 지속되거나, 남들로부터 충분히 이해받기가 어려워 위축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감정이 과민하고 걱정이 많은 만큼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거절, 비난에 취약하다.
# 생각에 반응하는 태도를 바꾸기
눈덩이를 굴리듯 부풀어 오르기만 하는 생각들이 고속으로 달려가 버리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리고 그 생각들의 탄생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떨쳐내려 연연하기보다는 그 생각들에 반응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의 생산자는 나 자신이다. 생각을 끝없이 하는 자신에 대해 비관적이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면, 일단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을 하는 자신을 관대하게 평가 없이 지켜봐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적 과잉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에 적합한 뇌를 가졌다. 일주일 중 일정 시간을 창의, 창조하며발산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생각이 굴러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 여력이 된다면 전문적 상담 기관을 꼭 방문하기를 권한다.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어서가 아니다. 안전하게 생각을 개방해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생각은 머릿속에 가둬두는 순간 자신만의 색깔과 냄새가 짙어지고 객관성을 잃어버린다. 정신적 활동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걱정도 많기에 편안하게 생각을 꺼내보고 객관화되는 경험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비교적 안전하게 느껴지는 대상을 통해 생각을 환기시키는 경험을 꼭 하기를 당부한다.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