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긍정: 무조건 ‘좋게 좋게’가 아닌 태도이자 선택
마음이 불편해서 도저히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데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라는 조언을 들어본 적 있는가? 과연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만병통치약일까? 이번 글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좋고 밝은 생각만 하는 성향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긍정’에 대해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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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세상이 다 싫을 때는 감사 일기를 써보라는 말을 들었는데 하루 겨우 써보고 말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업무 처리도 못 하겠는데 감사 일기가 웬 말인가요?”라고 상담을 받는 분이 말씀하셨다. 주어진 일 중 감사할 일들을 떠올려 보자는 취지가 있는 감사 일기의 상당한 치유적 효과는 학술적으로 검증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담사로서 감사 일기 쓰기를 제안하면 들으시는 분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챙기고 매일 꾸준히 운동하라는 제언만큼이나 감사 일기도 뻔한 대책이기 때문일까? 게다가 감사 일기를 써보자는 것은 ‘내키지 않아도 좋게 생각을 해보자’는 일종의 강요 아닌 강요가 있기도 하다. 긍정적인 것은 당연히 좋은 것이지만 부적절할 정도로 긍정적인 태도는 심리적 맥락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좋은 생각만 해야하는 긍정 과잉인 사람들이 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퍼부으며 불행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만큼이나 긍정 과잉 또한 심리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다.

긍정 과잉 태도에는 ‘내가 힘들고 속상하단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많다. 살아오면서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보다 밝고 즐거운 이야기나 자랑거리를 드러낼 때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은 경험이 압도적이었을 경우에 긍정 과잉 태도가 강화된다.

편한 관계 내에서도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흠이나 단점을 드러내는 것을 ‘내 얼굴에 침 뱉기’라고 여기며 인정하고 싶지 않을때도 긍정 과잉 태도를 장착하게 된다. 

긍정 과잉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기를 요구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비관적인 태도를 보고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로 나뉜다.

상대방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별거 아냐, 좋은 생각만 해, 서로 미워하지 말고 다 잘 지내야지, 이 정도면 운이 좋은거야!’의 맥락에 맞지 않는 밝은 생각만을 내세운다. 대체로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무마하고 싶은 조화를 추구하는 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문제 해결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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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 과잉 태도가 주는 위안감은 잠시간의 감정일 뿐

긍정 과잉 태도를 지나치게 의식화하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의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점들을 보며 ‘나는 저런 약한 모습이 없다’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과 표현을 하는 것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과 수용을 받을 수 없다는 근원적인 두려움이깔려 있다. 이 두려움은 논리적으로 왜곡된 인식에 근거한 비합리적인 감정이다. 그렇기에 긍정 과잉 태도가 상대방에게 주는 어색함과 거리감이 대인관계에서 성격적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약한 모습과 불안한 감정들을 적당히 드러내었을 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밝은 생각만 하는 것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다르다. 무조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한 쪽에 치우친 생각이듯 두루뭉술한 낙관적인 생각 또한 ‘대책 없음’에 가깝기도 하다. 긍정이란, 낙관적인 생각과 비관적인 생각을 모두 검토해 본 후 ‘그럼에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볼래’라는 태도이자 선택이다. 앞뒤 보지 않고 무조건 긍정이라는 갑옷을 껴입기보다 한 발짝 물러나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도 인정해보자. 그 때 찾아오는 긍정적 깨달음과 감사는 깊이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