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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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인재상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바야흐로 AI 초융합경제 시대로 급격히 진입함에 따라 21세기 새로운 인재상, 즉 <인재 4.0>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새로운 거대한 시대적 변곡점에 서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간형은 무엇일까?

# 저무는 전문가 시대

“한 우물만 파라(?).” 과거 이 말은 점점 더 위험한 제안이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옛 어른들은 팔방미인이 굶어 죽는다고도 했다.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라”는 강력한 주문 앞에서 맥을 추리기도 어려웠다. 특히 고질적인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 풍토에서 어쩌다 발견되는 다재다능한 인재는 왕따되기 십상이었다.

최근 엔비디아(NVIDIA)는 반도체기업 사상 첫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 사건은 내연기관, 인터넷 발명에 버금가는 AI 초기술문명이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검색은 사라진다는 전망과 함께 지금까지 20세기 산업사회를 이끌어 온 기존 전문가 시장의 ‘헤쳐모여’도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 또한 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상당수 기업의 인사관리 또한 깊이와 넓이를 겸비한 인재를 구하고 있다. 자칭 전문가라 칭하며, 다른 분야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오픈형 디지털 대전환(DX) 시대에 성공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특히 초강력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파괴적 신기술은 오래된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예술계에선 인간만이 창의적이란 대전제도 무너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그나마 자신이 쌓아 올린 지식과 정보도 대부분 구닥다리 무용지식(Obsoledge)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보도처럼 “생성형 AI발 일자리 소멸론은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딥러닝의 대부, 요슈아 벤지오 교수의 말은 충격적이다. “깊고 좁게 알면 AI에 먹힌다.”

# 탈(脫)전공 시대, 낯선 것들을 연결하라

과거 분석(Analysis)이 지배적 이데올로기인 세상에선 과학은 정답만을 찾고, 공학은 해답만을 찾고, 인문학은 관념의 놀이터였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적 화두는 ‘낯선 것들의 연결’이다. 그래서 이들의 연결과 결합을 리드해갈 ‘융합지능’이 중요하다는인식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融合·Fusion)’이란 미래(Future)의 비전(Vision)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철학과 예술과 과학의 두꺼운 벽을 깨뜨리고 새로운 사고의 열린 음악회가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학문·산업·기술의 고정 칸막이도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특히 AI 초융합경제 시대에 기존의 마이크로한 개별 ‘전공(專攻)’이란 왜소한 단어일 뿐이다. 그러나 수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융·복합적 이슈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제 전공이 아닌데요”만 읊고 있다.

# 통섭형 인재를 잡아라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지식혁명은 다른 지식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파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GE 등 선진기업들은 기존의 한 구멍만 파온 종적 ‘I자형’ 인재와는 다른 횡적 연결을 중시하는 소위 ‘T자형’ 인재를 중시해왔다.

그러나 작금에 부상하는 ‘인재 4.0’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통섭형·융합형 인재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통섭(統攝·Consilience)에서 ‘섭(攝)’ 자를 자세히 보면 귀(耳)가 3개나 달려있어 그 의미가 자못 심장하다. 구체적으로는 좌·우뇌 통합형, 상상력이 풍부한 박식한 폴리매스(Polymath), 브리꼴레르(Bricoleur), 에디톨로지스트(Editologist) 등이 뜨고 있다. 기존의 기능형, 지식형 전문가 계층과는 확연히 다른 융합적 사고를 가진 새로운 인간형이다.

결국 이 모든 현상들의 근저에는 좌뇌와 우뇌의 통합적 사고(Integrative thinking)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AI 초기술혁명의 거대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온다. 위대한 시대, 위대한 사람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