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존재, 가족과 친구가 우울하거나 지쳐 있을 때 어떤 위로를 해야 좋을까? 행여나 무심코 건넨 위로와 행동이 되레 상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들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관계가 더욱 따스해지도록 만드는 말과 행동을 살펴본다.
“나는 상처 입은 사람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묻지 않는다. 나 스스로 상처 입은 사람이 된다.”
-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 <풀잎 leaves of grass>
Chat GPT가 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매 질문에 놀랍도록 다듬어진 답변을 내놓는 AI가 사람과 진정한 정서적 교류를 하고 힘든 시기에 위안이 되어줄 수 있는지는 정신건강학계의 이슈다. ‘다른 건 몰라도 위로는 사람이 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필자도 Chat GPT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 본 뒤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다. 아마 AI가 매뉴얼대로 위로하는 기술 자체는 사람보다 앞설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더라도 혹은 함께 오랜 시간을 살아 왔더라도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지만, 자살자가 생전에 남긴 글이나 대화 내용을 수집해 자살자의 심리상태를 추정해 보는 ‘심리부검’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심리부검을 하다 보면 동거 가족이라도 알지 못하는 생활, 대인관계, 마음 상태가 많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하루 종일 다양한 행동과 사람을 만나며 생각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가깝다고 생각하는 관계’일수록 더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기에 가까운 사람이 힘들어하거나 나에게 짜증을 자주 내면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 당혹감은 종종 이런 말들로 표현되기도 한다.
물론 나쁜 의도가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이라도 말을 해주고 싶은데 어떤 말이 도움이 될지 몰라 가장 자주 많이 들어본 말, 해결책이 될 만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은 어떤 것일까?
말을 건네는 것의 힘이 참 큰데 친한 사이일수록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 머쓱하다. 도움이 될 말 목록을 보고 차마 내 입에 담기에는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평소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분이라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공감 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스탠퍼드 심리학과 교수 자밀 퍼키는 공감의 요소 중 ‘행동 배려’를 꼽았다. 설령 내가 상대방의 힘듦과 슬픔을 이해할 수 없더라도 상대의 눈물에 티슈 한 장 건넬 수 있고 등을 토닥여 줄 수 있다. 이것이 상대방의 컨디션을 좋게 해주고자 하는 공감적 배려다.
AI가 위로하는 기술은 빼어날지 몰라도 상대를 진정 위하는 마음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함께하고 있지만 완전히 혼자이기도 하고, 친구가 있지만 또 친구가 없기도 한 시끄러운 외로움을 갖고 산다. 홀로 서 있는 내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잠시라도 ‘함께’ 해보는 것, 그건 사람과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