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첫 단계, 신체적 회복의 핵심
마음이 어렵다면 몸부터

몸을 방치해두고 마음만 챙기는 일은 불가능하다. 몸과 마음은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살펴보는 일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보다 직선적인 방식으로 몸부터 살펴보자. 이번 호에서는 내 몸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해결법을 찾아본다.

직종의 특성에 따라 호소하는 어려움의 내용이 달라진다. 특정 시기에 특히 더 바쁘고 긴 업무 시간, 높은 업무 강도를 갖는 직군의 경우, 해당 시기에 수면 및 식사의 질이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신력을 다잡는 문제를 떠나 일차적인 신체 기능이 일상 수준에 못 미치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한창 일이 많을 때는 다들 일하느라 바빠 아플 시간도 없어 잘 안 아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꽉찬 일정과 급박한 상황에서는 분명 몸이 건강하지는 않음에도 아프지도 않은 경험을 해 보신 분들도 있을 테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으므로 해당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 각자 자신만의 몸과 마음 회복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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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하나라고들 한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건강한 나’를 만들기 위해 몸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 영양 관리, 충분한 수면이 대표적인 몸 챙김 방법이다. 그렇다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은 마음이 건강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꾸준히 신체 관리를 하고 신체 능력이 자산인 전문 운동인이 간혹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또, 성향상 운동 자체를 즐기지 않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도 있기에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것이 건강한 방법’이라고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마음챙김>, <늙는다는 착각>의 저자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랭어는 사무직 노동자와 육체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연구를 시행했다. 하루 종일 몸을 많이 움직이는 육체노동자가 사무직 노동자보다 더 건강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두 집단 간의 건강 상태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랭어는 ‘활동량’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활동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육체노동자에게 그들의 신체적 움직임에 대한 열량 소모와 효과를 알려줬더니, 육체노동자 집단의 건강 상태(혈압과 체중 감소)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똑같이 몸을 움직이더라도 별 의식 없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100kcal 정도 소모되고 상체 근육에 힘을 쓰는 움직임을 하고 있군’이라는 자각이 운동 효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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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안팎에서 뵙는 많은 분들이 ‘최근에 운동을 등록했다’며 주 몇 회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말씀하신다. 새로운 것을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주는 의미가 크고 운동만큼 좋은 명약도 없다. 그러나 만약 어떤 시작을 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면 굳이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필자가 상담실에서 누누이 드리는 말씀이다. 오히려 평소에 일상적으로 하는 움직임(대중교통을 타러 이동하는 걸음, 회사 내에서 층간 이동을 계단으로 하기 등)의 운동 효과를 의식하며 사소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요즘 운동 뭐 하세요?”의 운동 이름보다 신체적 활동 그 자체에 집중해 보자.

더불어 ‘지금 내 몸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할수록 좋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해결이 빠른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화가 나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음이 공허해서, 외로워서 자극적인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또, 평일에부족한 수면 시간을 채우기 위해 휴일에 과도하게 자는 것도 진짜 내 몸이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기 전에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보다는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선택하자.

심리학 및 건강의료학에서 ‘소마틱스(somatics, 신체의)’분야가 있다. 신체 반응과 증상에 초점을 맞추고 내부 감각을 통해 나의 몸을 자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컫는 몸은 SNS나 짧은 영상들에서 단편적으로 과시하듯 보여지는 ‘몸매’와 다르다. 미용 체형을 위해서는 소량의 음식을 먹는 것이 나을 수 있겠으나, 나의 몸을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적당히 먹는 것이 낫다. 단순 몸매가 아닌 마음과 연결된 몸을 진정한 나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감, 자기수용 감각, 평형 감각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내 신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몸 건강의 핵심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 몸에게 가혹하게 대하며 한계를 시험해 보지 말고 지금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이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