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속가능성보고지침,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이?
지난 2022년 11월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을 최종 승인했다. EU에서는 기업들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상세히 공시해야 하며, 한국의 EU 현지 법인도 이 규제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이 우리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펴보고, 대응책을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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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승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난해 11월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최종 승인했고, CSRD와 함께 실무적인 공시기준인 유럽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최종안도 발표했습니다. 이제 CSRD를 중심으로 ESRS, EU 택소노미(Taxonomy), 지속가능경영 공시규제(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로 연계되는 강력한 EU 그린 딜 공시정책이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CSRD에 따르면 E U 기업들은 우선 규모에 따라 2 024년부터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됩니다. 다른 큰 그룹(Other large EU companies)은 2025년부터 적용되며, 한국의 EU 현지 법인들이 많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언론도 CSRD 확정을 신속하게 보도했으나, 우리보다 ESG 정책이 앞서가는 EU만의 규제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한국 기업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Q2. 국내 기업에는 어떻게 적용되나요?

CSRD에 명시되는 ‘큰 그룹(Other large EU companies)’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해당 조건은 생각보다 작아 임직원 250명, 매출 4,000만 유로(약 540억 원), 총자산 2,000만 유로(약 270억 원) 이상 중 2개만 해당돼도 적용대상이 되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많은 EU 진출 한국 기업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2028년부터는 EU에서 실질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한국의 최상위 모기업들도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현지 진출한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모회사에 대해서도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인 것입니다. 그 대상도 엄격해서 그룹 연결 기준으로 EU 내 매출이 1억 5,000만 유로(약 2,000억 원) 이상이면서, EU 내 매출 4,000만 유로(약 540억 원) 이상의 지점이나 현지법인이 있으면 적용 대상입니다.

더구나 ESRS의 공시 요구사항은 가장 광범위하고 상세해 한국 기업들은 대응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ESRS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포괄하는 12개의 기준서가 82개의 공시요구 사항과 114개의 핵심성과지표(KPIs, 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포함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시 체계 구축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예상됩니다.

Q3.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리 기업은 두 가지의 대응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먼저, 각 지역별 공시규제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2025년부터 EU 현지 법인은 ESRS 기준, 한국 모회사는 연결기준으로 아마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따르다가, 2028년부터 한국 모회사는 ESRS 기준에도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전에 글로벌 기업들을 힘들게 한 국가별 다중회계보고(Multi-GAAP reporting) 상황이 재현되는 것입니다.

다음 대안은, 본사 및 그룹 차원에서 ESRS를 충족하는 공시체계를 구축해 ISSB 기준도 동시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ISSB도 ESRS를 참조할 수 있도록 기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EU에서는 최상위 모회사가 CSRD를 충족하는 전체 그룹 연결 기준의 지속가능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공시한다면 EU 내 각 자회사들의 CSRD 공시의무를 면제해 줍니다. 이것은 공시 규제를 이중 관리하는 것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에게는 강력한 인센티브로써, EU 역외기업들에게도 CSRD를 확산하려는 매우 정교한 정책 세팅입니다.

Q4. 기업과 정부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EU는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는 순간 EU 역외기업들에게는 CSRD가 강력한 규제나 장벽으로 작동되거나, 새로운 규제와 압박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것입니다. 단순히 ESRS에 따른 정보공시 부담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한 제조경쟁력이 중요 원천인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많은 환경·사회적 정보가 노출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입니다. 이러한 고민이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만의 숙제로 남겨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지원과 정부의 세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칼럼은 지난 1월 30일 게재된 내일신문 ‘EU 지속가능성보고지침, 남의 일 아니다’를 바탕으로 정리되었습니다.

ESG 정보공시/인증 리더 김진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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