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란 서로 양립될 수 없는 문제(trade-off)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사회적 아젠다인 성장과 분배, 개발과 환경 같은문제다. 제조업의 전통적 딜레마인 품질(Q)과 생산성(P)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러한 명제를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 토끼를 잡기 위한 새로운 접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 트레이드 오프의 역설
트레이드 오프(trade-off)란 원래 경제학 이론상 ‘이율배반’의 의미를 가지는 용어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충 관계다. 이러한 물가와 고용의 상관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이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다.
경영학적으로 이상적으로 꼽는 제품 방정식이 있다. 예컨대 ‘가격은 싸게, 품질은 높게’가 그것이다. 이론적으론 품질(Q)을 올리기 위해선 비용(C)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최종 가격(P)도 오르게 된다. 실제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나, 지금은 이를 극복한 사례도 많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한 공공기관들도 좋은 사례다.
# 늘어나는 토끼들
역사란 정(正)과 반(反)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합(合)’이라는 생각의 무기로 잡아온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선 토끼 한 마리가 더 늘어나고 있다. 경제정책의 세 마리 토끼는 금리, 환율, 무역수지다. 경영관리에 있어선 매출, 이익, 고객만족도(CSI)이다. 골프도 드라이버, 아이언, 퍼팅의 세 마리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멋진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
새해 우리는 과거의 토끼 사냥술에 대한 근본으로 되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토끼 두 마리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못 잡는다”라는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토끼는 계속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걸 한 방에 잡아야 진짜 프로다.
가장 중요한 한 마리를 잡게 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다 잡게 되어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意)에 실행(行)이 더해질 때 비로소 창조(造)가 된다.
# 세 마리 토끼를 잡아라
욕심을 부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 하면 그 가운데 하나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같은 하이테크 시대에 옛말만 신봉하여 새로운 시도조차 접는 것은 일종의 패배주의이며 창조성에 대한 포기다.
과거 검색엔진을 보면 국내 업체들은 광고 배너가 먼저 뜬다. 그런데 구글(Google)에서는 첫 페이지엔 광고가 전혀 없다. 검색자가 원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그때 관련 업체 정보가 뜨는 구조다. 검색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차피 그 단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니만큼 바로 연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매칭 성공률이 높아 광고료도 높다. 따라서 검색자-검색업체-광고업체 3자 모두 만족하는 win-win-win 구조라 할 수 있다. 결국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례다.
전통 경영학의 생산관리 이론상 품질(Q)과 생산성(P)과의 관계도 양립이 불가하다고 알려져 온 명제다. 그러나 현대적 최첨단 생산시스템상에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례가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생산시스템은 과거 ‘소품종 대량’ -> ‘다품종 소량’ -> ‘다품종 대량(mass customization)’ 시대를 지나 AI 빅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공장에서는 ‘꿈의 변종변량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품질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하나로 합친 ‘Qualitivity’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결국 초우량기업이란 세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온 기업들이다. 토끼는 위기를 대비해 미리 플랜B와 C를 함께 마련해두는 영리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디자이너이다. 거북이는 수영 못하는 토끼를 꼬셔 용궁으로 데려가는 전략적 사고의 소유자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건 늘 인간이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