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주식회사 한국의 발전전략은 한마디로 일본 따라잡기(catch-up Japan)였다. 그러나 현재 오래된 부자나라로 전락한 일본은 더 이상 우리 상대가 아니다. 실제로 얼마 전 US News & World Report지는 ‘2022 최고의 국가’에서 한국이 가장 중요한 국력 랭킹(Power Rankings) 부문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앞지른 6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넘사벽인줄만 알았던 일본을 제친 한국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 1등의 고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 고기만이 강물의 세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누구를 앞서 리드해 간다는 것은 성공의 경험이 없고는 유지하기 어렵다. 2등은 1등의 뒤통수를 보고 따라가면 되지만, 1등은 앞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젠 자신에게 싸움을 걸어야 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죽어라 달려온 우리 기업들로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생소한 길이다. 이른바 1등의 고민이다. 기존 시장은 꽉 차 있고, 경쟁자는 넘쳐나고 있다. ‘최초의 생각’과 ‘새로운 다름’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떠오르고 있는 신개념은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이다.
# 화이트 스페이스를 찾아라
모바일폰 시장에서 소니와 노키아의 몰락이 좋은 사례다. 그들 역시 미래 신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현재 큰돈을 벌고 있는 핵심 비즈니스에 집착한 나머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모두가 입으로는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실제론 눈뜬장님으로 서 있다가 후발주자인 애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결과다. 성을 쌓고 그 안에 안주하는 기업은 결국 그 성에 갇혀 고사한다는 생생한 교훈이다.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는 한마디로 아직 비어 있는 공간 내지 여백이다. 비즈니스 기회상으론 기존에 공략해보려 시도해보지 않았던 부분 내지 그 누구도 해결 못 한 미지의 영역이다. 쉽게 말하면 아무도 밟지 않았던 하얀 눈밭이다. 기술경영학적으로 보면 로버트 프로스트판 ‘가지 않은 길’, 아니 꼭 가야 할 길이다.
예컨대, 과거 월트디즈니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다시 CEO로 복귀한 가운데, 최근 디즈니가 내세운 현지 스토리 세계화 전략의 핵심이 바로 화이트 스페이스 전략이다. 이는 로컬 파트너와 협업 등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공백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로컬 스토리텔링과 같은 핫한 시장, 핫한 장르에 투자하는 것이다. 3년 만에 복귀하면서 직원들 앞에 선 그는 “중요한 건 디즈니가 얼마나 많은 것을 만드느냐가 아닌 얼마나 위대한 것을 만드는가에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타업종들 또한 향후 거대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응용해서 경쟁 기업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독자 영역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찾는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 첨단기업들이 이루고자 하는 혁신의 3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Trend Setter’ 단계로 진입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
# 최초의 질문
서울공대 이정동 교수는 최근 <최초의 질문>이란 제목의 기조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대한민국은 추격 전략의 성공, 그 끝에 서 있다. 이젠 과거의 추격 전략과는 차원이 다른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조건으로 이하 5가지를 제시했다.
1) 최초의 도전적 질문
2) 스몰베팅 스케일업
3) 중심성 있는 네트워크
4) 축적과 학습
5) 탁월한 실행
# 5년 후의 한국
한국은 6·25전쟁 후 잿더미에서 일어나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5대 공업국, 10대 무역국이란 위업을 달성하였다. 현재는 인구 5천만 명 이상에 1인당 소득 3만 불을 넘긴 이른바 ‘5030 클럽’에도 세계 7번째 국가로 자리 잡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에 이어 막강한 자본주의 부자국가 반열에 오른 것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한국은 앞선 이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광대한 설원에 당도해 있다. 여기가 곧 화이트 스페이스, 바로 21세기 기술 선진국의 문턱이며 주식회사 코리아가 서 있는 지점이다. 이젠 문제를 푸는 학생이 아니라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의 역할이 우리 한국인의 미션이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