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2022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연말을 맞이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얼마나 주기적으로 자아 성찰하면 좋을지, 자아 성찰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임상심리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
2022년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 좋았던 점들, 아쉬운 점들, 개선하고 싶은 점들…. 떠올리다 보면 ‘나’에 대한 생각으로 흐를 때가 많을 것이다. 기존의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잘 기능하기 위해서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과 통찰, 즉 자신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왔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인식을 구성하는 내용이 긍정적일수록 그 사람은 행복해지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수록 발전이 없을 테니,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어느 정도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적정 수준일까?
거울 속 내 모습을 굉장히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거울 속 내 모습이 꽤 만족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얼굴 구석구석 살피다 결점들이 눈에 띌 때도 있을 것이다. “웃을 때 한쪽 입이 삐뚤어지네? 내 피부가 이렇게 푸석푸석했나? 다크서클이 왜 이렇게 짙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평소에 의식하지 않았던 신체 일부분이 보일 수 있다. 더군다나 ‘다크서클’이라는 것이 뭔지 모를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다크서클’이라는 증상이 어떤 것인지 알고나서, 그리고 나에게도 다크서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다크서클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모를 때는 막연하게 ‘괜찮겠거니’ 혹은 ‘그냥 힘들다’고만 여기다 “이런 심리 상태는 OOO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일종의 진단명 혹은 증상에 대해 듣고 나면 그때부터 그 진단에 일치하는 자신의 행동들이 더욱 눈에 띄거나 혹은 그 진단에 해당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는 ‘낙인효과(부정적인 평가로 낙인을 찍고 나면 그 후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현상)’를 보일 수 있다.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진단명을 들었을 때 자신에 대해서 잘 이해가 되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늦가을부터 우울한 기분이 많이 들다 봄이 되면 회복이 되는 증상을 몇 해 동안 반복적으로 겪은 A씨는 자신의 증상이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의 흐름을 타는 우울증의 한 종류)”와 유사하다는 진단을 들은 후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다. 늦가을만 되면 영문 모를 울적함에 시달리는 듯한 기분이었으나, 이제는 그 이유와 특성을 제대로 알고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특정 진단 카테고리로 이름을 붙이며 과잉 일반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자신의 MBTI를 알고 나서는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하나하나 MBTI에 대입시키곤 했고, 더불어 자신의 성향이 인기 드라마에서 다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에도 부합하는 듯해 현재의 어려움, 과거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을 불필요할 정도로 곰곰이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적당한 수준에서 참고한다면 새로운 잣대로 자신을 살펴보는 것에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 그만큼 내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어떤 부분에 과하게 초점을 맞춰 확대해서 본다든가, 너무 오랜 시간 들여다보는 것은 정신건강에 소모적이다.
사람만큼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자기 고찰(self-reflection)’ 능력을 가진 동물은 없다고 한다. 이 능력이 있기에 사람은 과거의 일들을 지침 삼아 미래의 일을 발전적으로 계획하고, 현재를 더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 능력 때문에 자신과 타인에 대해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하며, 스스로에게 가혹해지기도 한다. 자존감이 높아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다며 서로 자존감의 높고 낮음까지 비교하는 사회에 던져진 것이다. 자아정체성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자기 고찰과 후회를 멈추고 내면의 자신을 조용히 시키는 ‘자아 꺼두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기준대로 자기 통제와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무디게 하며 내면의 목소리를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 칼럼에서 소개했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을 활용해도 좋고, 의식적으로 내면의 목소리의 소리를 줄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특정 부분들에만 초점을 맞춰 거울을 살피다 보면 정작 그 거울을 보는 나의 전체 모습을 놓치기 쉽다. 외출 전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한 번 거울을 보듯,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반성하는 것도 그 정도로만 해두자. 우리에게는 2023년의 새로운 거울이 기다리고 있다.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