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진짜 얼굴
왜 화를 내는지, 그리고 화를 내기 전에 기억해야 할 사실 3가지에 관해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감정을 마주할 때가 있다. 기쁨, 환희 등 긍정적인 감정도 있지만, 우울, 화, 분노, 짜증,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자리할 일도 있다. 특히, 화는 순간의 감정으로 참지 못해 큰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이고, 또 이 화를 잠재울 방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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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감정 조절에 능숙해지고 싶다. 사회생활을 하는 중에는 특히 ‘분노와 긴장’처럼 부정적 감정을 잘 다루고 싶어 한다. 그 중에서도 분노는 소리 지르기, 과격한 행동, 폭력처럼 눈에 띄는 방식으로 발산되는 경우가 많아 ‘분노 조절에 취약한 사람=감정 조절에 미성숙’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부쩍 화를 참기가 어려워 분노조절장애인지 걱정이 된다면 다음 기준을 참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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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에서 정의하는 ‘분노조절장애(간헐적 폭발성 장애)’의 기준에 부합할 정도라면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화를 자주 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앞서 살펴본 의학적 기준을 본다면 ‘내가 이 정도로 화를 심하게 내는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므로 분노조절장애처럼 기능장애를 명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분노에 집착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숯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에 데는 것은 너 자신이다”라는 부처의 말이 있다. 비정상적인 정도로 화를 내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분노를 경험하고 특히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있다.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나면 스스로 유독 감정적이고 못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가라앉는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분노가 공격적인 말과 행동으로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즉,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우므로 표현하는 방식을 달리하면 안전하다.

『분노의 관리』의 저자인 심리학자 하워드 카시노프 박사는 ‘분노는 가장 대표적이고 흔한 2차 감정’이라고 했다. 2차 감정이란 상황에 반응하며 가장 먼저 생기는 원래 감정이 아니라, 어떤 감정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워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대체 감정이다. 크고 작은 분노를느끼는 상황을 짚어보자. 분명 어떻게 하라고 알려두었는데 다른 방식으로 업무 처리한 팀원을 볼 때, 식당에서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의 주문을 먼저 받을 때, 매번 약속 늦는 친구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을 때,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없는 범죄를 행한 사람이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는 뉴스를 봤을 때…. 상황 자체로 공분을 일으키거나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인 분노가 치솟는 대부분의 경우는 ‘내 욕구에 대한 거절 혹은 무시를 당했을 때’와 관련이 많다. 그 상황에서 느끼는 억울함, 수치심, 무기력감을 그냥 두고 보기 어려워 화를 낸다.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거친 제스처를 취하다 보면 순간 내가 강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확신이 든다. 화가 났다는 것은 나의 권리와 자기 존중감을 회복하고 싶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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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을 하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분노를 터뜨리기 직전의 강렬한 감정은 90초 이후에는 사라진다는 것.

둘째, 90초 후에 강렬한 감정은 사라지지만 ‘삭힌 화’는 여전히 마음속에 들끓고 있으므로 적절한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

셋째, 건강하게 화를 풀기 위해서는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스스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꼭 알아야 한다는 것.

큰 소리로 언성을 높이며 빠르게 말하고, 물건을 큰 소리로 탁탁 놓고, 문을 쾅 닫고 나감으로써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앞에 당신을 지켜보는 2만 명의 관중이 있어도 이렇게 화를 낼 수 있는가? 분노를 과격하게 표출하면 남는 것은 그 분노를 듣고 지켜본 관중들의 상처와 의아함뿐이다. 화를 내면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무엇을 회복하고 싶은지, 무엇에 상처받았는지 들여다보자.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