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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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위험하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혁명보다 어려운 게 혁신( 革新)이라는 말도 있다. ‘혁(革)’이란 원래 짐승의 날가죽(皮)을 벗겨 새롭게 가공한 모습으로 혁신은 정신 개조까지 포함하는 혹독한 가치의 재탄생이다. 서 양에서 혁신과 관련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 인물은 역시 스티브 잡스다. “혁신을 일으키기 위한 시스템은 시스템을 갖지 않는 것이다. 또한 혁신은 1,000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혁신을 혁신하라

변화와 혁신. 국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단어다. 그러나 하도 떠들어대다 보니 이젠 진부하고도 피곤한 말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혁신을 혁신하라”는 말까지 튀어나왔겠는가?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자율과 창의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지겨운 혁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흥행이 안 되는 영화를 계속 틀어봐야 결과는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이란 시스템(S)과 문화(C)의 함수다. 특히 조직보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MZ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시스템적인 문제보다 문화가 중요하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전략이 15라면 문화가 85이다”라고 갈파했다. 조직의 문화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큰 비중은 창업자의 철학과 가치에 달려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공감대, 즉 가치공유(value sharing) 여부다.

# 창조적 혁신의 사례

돌이켜보면 덴마크가 자랑하는 LEGO는 과거 장례식장까지 가기 직전, 젊은 피 요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를 CEO로 전격 발탁하는 혁명적 심폐소생술로 가까스로 회생한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최고만이 최선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그의 경영방침은 단순했다.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사업인 블록에 집중해 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당시 그가 직접 방문, 조사를 통해 내린 처방은 ‘레고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Back to the Brick’이었다.

넷플릭스는 매우 유니크한 사례다. 넷플릭스는 2020년 기준 21조 매출, 1억 4천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창업자의 경영철학, <규칙 없음(No Rules Rules)>으로 대표되는 그들이 신봉하는 독특한 기업문화의 기본적 철학은 상식과 자율이다. ‘Freedom & Responsibility’, 즉 마음대로 해보되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알아서 해봐”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모든 사내 행동에 대한 정책은 ‘Act in NetFlix's best interest’, 이 다섯개 단어에 불과하다. 여기는 휴가 정책도 없고 회사에서 몇 시간 일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성과로만 직원을 평가한다. “넷플릭스에는 복장 규정이 없지만 아무도 알몸으로 출근하지는 않는다.” 어떤 매니저의 말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회사인 IDEO사는 한마디로 역발상 왕국이다. 디자인싱킹의 리더로서 동사의 경영 방침은 대학 캠퍼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직원은 대학의 새내기 같은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들이 집행해온 일종의 역발상 파티인 ‘Idea Audition’은 언제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이 묻지 않는 주걱, 칫솔의 부드러운 손잡이 등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IDEO는 신나는 일터, 진지한 놀이터로 유쾌한 혁신을 제조하는 플레이 스테이션(Playstation)이다. 특히 본사 화장실은 바닥까지 내려온 칠판을 설치해서 핸드폰 검색에 빠져있는 직원들을 사색으로 유도하는 등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의적 혁신에는 다이슨도 빠질 수 없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5년간 5,127개의 시제품 개발 시도 끝에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이란 글귀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낡은 대장간에서 시작해서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되었다. 동사는 최근 갤럽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회사이자 ESG 경영의 롤모델로 뜬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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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의 타이밍

차별화가 남과 다른 것이라면 혁신은 지금까지와 다른 것이다. 바야흐로 AI 메타노믹스 시대의 혁신은 과거와는 그 양상이 전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선도 마케팅 분야는 이미 빅데이터에 기초한 마케팅 5.0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 거대한 시대의 변곡점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로 어떻게나가야 하는가?

혁신에 정답은 없지만, 각자의 해답은 있다. 특히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것처럼 혁신은 잘 나갈 때 하는 것이다. 배는 이미 기울기 시작했는데 혁신이다 뭐다 난리를 쳐봐야 배는 더욱 빨리 침몰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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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