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돌보기의 골든타임
요즘에는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인 심리 상담 치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로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자가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이보다 더 깊은 내면의 심리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과연 어떤 상태일 때,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나야 할까? 이번 호에서는 정신건강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짚어보고, 체크해보려 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아파야 외부의 도움을 구할까? 약하게 콧물을 훌쩍인다고 바로 업무 시간에 시간을 내어 응급실에 가는 사람은 없을 테다.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고, 머리가 아파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고, 열이 끓어오를 때는 휴식을 취하고 약을 사 먹거나 병원에 간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느 정도로 힘들어야 도움을 구하는가? 혈압은 ‘정상 범위’라는 수치가 있고, 장염은 복통처럼 뚜렷하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상이 있지만 마음은 그런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마음이 아파서 전문적인 도움을 찾는 것은 아직도 넘어야 할 ‘편견과 오해’라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너무 괴롭고 힘들지만 이 정도 힘든 걸로도 병원에 가나?’라는 막막함이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직장인이건 아니건 약물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번, 2번, 3번 항목은 2주 이상 지속적으로 2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4번과 5번은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를 권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증상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가?’이다. 가령, 우울증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슬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꼭 하루 종일 슬픈 것이 아니더라도, 평소보다 기력이 없고 부정적 생각으로 자꾸 빠지고,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 죄책감을 느끼며 일상의 유지가 어려울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면 뇌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기능,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기능, 집중력, 기억력, 계산력 등이 저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환경에 반응하는 존재이기에 퇴근하는 순간이나 휴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질 수는 있다. 반짝 기분이 괜찮아진다고 해도 뇌 기능 자체가 정상화된 것은 아니므로 스스로의 ‘지속적인 상태’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할 정도로 일상 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데 이유 없이 마음이 답답하고 ‘나란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런 걸까?’라는 질문이 들 때가 있다. 아래의 경우에는 반드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므로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상담센터나 정신건강 관련 클리닉을 방문해도 좋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정신건강 관련 도움을 구하는 가장 흔한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회사 내외의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번아웃 증상, 그리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우울과 불안을 이유로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본인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서 찾아오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병원이든 상담실이든 방문하면 ‘요즘 식욕은 괜찮은지, 수면은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꼭 물어본다.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아니, 문제나 해결해주지 왜 자꾸 이런 걸 묻는담’이란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만큼 ‘밥과 잠’이 ‘마음’에 가장 중요한 연료다. 나의 밥과 잠을 건강하게 챙기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잘 작동될 기초는 마련된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꾸준히 채워주고, 그 외의 몫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자.
우울하거나 마음이 힘든 것이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반대로 우울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고, 늘 힘이 넘치는 것이 꼭 잘사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의 거장 위니콧은 이렇게 말했다. “질병이 없는 상태가 건강일지는 몰라도, 그것은 삶은 아니다.”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