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품(言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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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언어의 설사 시대다. 악플에선 이미 세계를 제패한 한국이다. 값싼 말(cheap talk)은 그나마 양반이다. 참을 수 없이 천박한 국적 불명의 비속어, 합성어들로 온 사회가 오염되고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키지만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고 지적했다.

# 언품(言品)이 인격이다

물건에는 품질이 있고, 사람에겐 인품이 있듯이 말에는 ‘언품(言品)’이 있다. 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공중에 쓰는 언어다. 허공에 적은 말은 지울 수도, 태울 수도 없고 게다가 타인을 통해 번식한다. 알고 보면 내가 한 말을 처음으로 듣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논어>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君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사람이 군자라는 뜻이다. 일찍이 “언어(language)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단적인 정의를 내린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이다. 나아가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비트겐쉬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그 삶의 한계다”라고했다. 언어 수준이 곧 그 사람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 구시화문(口是禍門)

예로부터 사람의 말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담겨 있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신비한 언어의 파워를 일본인들은 ‘언령(言霊, ことだま)’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도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늘 회자되는 문장이자 인생의 인과 법칙이다. 결국 말이란 자신에게 하는 예언(言僭)이다. 생각해볼수록 아찔한 일이다.

따라서 말이 가진 부작용을 경계하는 글은 동서양 공히 차고도 넘친다. 서양에선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고 한다. 무릇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선조들 또한 “조심해야 할 삼단(三端)은 붓끝, 칼끝 그리고 혀끝이다”라고 경고했다. 우선 성경은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한다”고 경고한다. “말은 당신의 입 속에 들어있는 한 당신의 노예지만, 입밖에 나오게 되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는 섬찟한 유태인 속담도 있다. <빙점(氷點)>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이 세상에서 사 람을 가 장 많이 죽이는 건 총 칼이 아니라 인간의 세치 혀다”라고 말했다. 스페인에는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늘 경계한 이유다. 불가에선 업을 구분하여 몸으로 짓는 업(身業), 입으로 짓는 업(口業), 그리고 마음으로 짓는 업(意業)으로 구분하고 이를 ‘삼업(三業)’이라 한다. 대개 문제는 입에서 터진다. 구업에는 거짓말(妄語), 이간질(兩舌), 욕설이나 험담(惡口), 궤변(綺語)의 4가지가 해당된다. 불자들이 독송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외치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바로 이 런 입 으로 저 지르는 행 위의 청 정성을 얻고자 하는 서원이다. 여기서 ‘수리’는 길상(吉祥), ‘마하수리’는 대길상(大吉祥), ‘수수리’는 극길상(極吉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매우 좋은 일이 생기고 또한 성취되기를 축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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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자의 언어

한편 경영에 있어서 구업(口業)이라면 결국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귀착된다. 인간의 병이 대개 순환계 질병이듯이 조직의 병도 마찬가지다. 조직(org aniz ation)이란 것도 원래 사람과 같은 유기체(organ)를 상정하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기업 최고의 ‘업(業)’은 리더십이며, 최후의 ‘보(報)’는 성과라 할 것이다. 깨진 종 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법이다. 리더의 언어와 태도는 곧 그 회사의 품격이자 위상이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라는 것처럼 사람은 좋은 말을 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말은 운(運)이란 말(馬)을 모는 운전기사이기 때문이다. “거친 말을 쓰지 말라. 그것은 반드시 너에게 되돌아온다.” 불교판 잠언시집인 법구경(法句經)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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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