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길지 않은 우리 인생의 두 가지 축은 ‘의미’와 ‘재미’다. 지구상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 주장하는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최고로 잘하는 건 놀랍게도 ‘의미 있는’ 일을 ‘재미없게’ 하는 것이다. “심각한 사람들에게서는 절대로 좋 은 아 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반 대로 아 이디어가 풍부한 사람들은 결코 심각하지 않다!” 19세기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가정, 학교, 직장 할 것 없이 의미는 있는데 재미가 없다. 근엄한 상사, 지겨운 회의, 반복되는 일상 등등 재미와는 동떨어진 장면들이 여전하다. 특히 회의실에 들어가면 누구나 회의적인 얼굴이 된다. 그런 직원들이 회식 자리에선 완전 딴판이다. 재미가 없으니 마음이 즐거울 턱이 없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창조는커녕 생산성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일찍이 월트 디즈니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재미”라고 외쳤다. 게임 디자이너 제시 셸은 재미는 ‘놀라움을 수반한 즐거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즐거움’은 ‘재미’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즐겁지만 재미없을 수는 있어도, 즐겁지 않으면서 재미있을 수는 없다. 기분이 좋으면 직원은 마 음을 열고, 고객은 지갑을 연다. 알고 보면 즐거움이야말로 최고의 경영전략이다.
일단 재미의 위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특히 감정노동 위주의 서비스업에선 더욱 현저하다. “재미없는 직장은 사표를 써라.” 펀경영으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SWA)의 창업자이자 전설적 CEO였던 허브 켈러 회장의 말이다. 회사에 애완견도 데려오게 하는 구글의 핵심가치 10가지 중 제3조를 보라. “Working at Google is fun.”
비즈니스 솔루션 세계 1위, SAS는 한술 더 떠서 직원 구내식당에서 피아노 연주도 들려준다. 이 회사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책 <히든 챔피언>의 주인공이다. 창업자인 굿나잇 회장은 원래 엔지니어 출신인데 이전 직장의 지겨운 구태에 환멸을 느끼고 창업한 케이스다. SAS는 구글을 제치고 2013년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GWP)’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그들이 일궈낸 창의적 성과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하나같이 “좋아하는 걸 하라(Do what you love)”고 대답한다. 좋아해야 재미가 붙고, 이는 즐거움으로 확산된다. 융복합 시대 가장 주목되고 있는 ‘창조’란 것도 결국 즐거움이란 텃밭에서만 수확할 수 있는 열매다. 국내 현실은 어떤가? 푸릇한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한 회사는 어느덧 “침묵은 금이다”를 새기며, 선배 뺨치는 눈치 9단의 고수가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에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리더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가슴이 설레고 요동치게 만들어야 한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루돌프 효과(Rudolph Effect)’가 이것이다. 국내 수많은 기관, 기업을 평가해보면 불 끄는 직원은 많아도 불 지르는 직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뛰어난 조직일수록 ‘방화범’을 길러야 한다. 업무시간의 일정 비율을 설정하여 자기 흥미와 관심에 맞는 일을 할 시간을 보장해 주는 3M의 ‘15% 룰’이나 구글의 ‘20% 룰’이 노리는 것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심각하기만 했던 우리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낯설렘’으로 상징되는 역대 최강 MZ세대가 창업한 상당수 스타트업에서 구글을 뺨치는 재미, 자율, 창의를 내세우고 있음은 새로운 희망이다. “재미 있지 않으면 인생은 비극이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말이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