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협상 명구로 자주 인용되는 이 구절은 알 파치노 주연의 명작 <대부(Godfather)>에 나오는 말인데, 미국인이 사랑하는 영화 명대사 2위로 꼽힌 적도 있다. 마피아 두목인 돈 꼴레오네는 특유의 말투로 “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라고 말한다. 이 말이 떨어지면 상대방은 곧 죽은 목숨이다.
원래 ‘협상(negotiation)’이란 마음에 안 드는 파트너와 춤추는 방법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 전체가 협상판이다. 협상에서 세계 최강은 역시 미국이다. 그들은 우선 관계와 문제를 철저히 분리한다. 하버드 대학의 협상이론 중 원칙협상(Principled Negotiation) 모델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한편 대다수 한국인들의 협상 패턴을 보면 대응 전략이 단조로운 데다 논리와 증거가 약해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딱한 느낌이 든다. 과거 올림픽 중계권, IMF 채권단, KF-X 전투기 도입 시 기술 이전 건 등 굵직한 협상 건들을 되돌아보면 이건 호구가 따로 없다.
민간인들도 순진한 건 마찬가지다. 특히 붉은 머리띠를 두른 국내 노조 집행부들이 임투 협상테이블에서 내거는 전략은 오직 하나다. 한마디로 말해 “갈 데까지 가자”는 거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 패를다 들켜버린 마당에 이런 전략에 겁먹을 상대가 남아 있을 리 없다. 협상의 ABC에 “내 심장을 울리는 상대의 달콤한 말엔 내 심장을 겨눈 화살이 있고, 상대의 극진한 진수성찬 그릇 밑엔 내 뼈를 자를 칼이 숨겨져 있다”란 말이 있다. 진정한 협상가는 상대의 과도한 환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협상학 이론상 모든 협상자는 협상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성과를 얻어내기를 원한다. 일반적으로 협상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5대 요소로는 협상 목표, 협상력, 관계, BATNA 및 정보를 들 수 있다.
여기서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란 협상의 가장 기본 개념인데, 이것은 협상 결렬 시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을 의미한다. 과거 청계천 복원공사 계획 당시 완강한 상인들에게 내민 서울시의 대응은 유명한 사례다. “네, 잘 알겠습니다. 복원공사는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시민들의 안전 문제가 걸려 있는 청계고가를 전면 보수하겠습니다. 공사 기간은 3년입니다.” 그 후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결국 협상이란 최고의 대안, 즉 나만의 배트나를 찾는 일이다. 그것 없이 협상에 임하는 건 아마추어가 프로와 맞붙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은 ‘ZOPA (Zone Of Possible Agreement)’인데 이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의 범위를 명확히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과의 합의가 가능한 구간인 셈인데 , 각 계약 당사자 간 BATNA의 공통 교집합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협상에 임하기 전 이번 협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또한 모든 협상의 이면엔 ‘히든 스팟’이 있다. 상대의 진짜 의도를 알아내는 일이다.
하버드대 협상연구소, 다니엘 샤피로 박사는 저서 <불가능한 협상은 없다>에서 몇가지 유용한 팁을 제시한다.
첫째, 감정이 뒤틀린 상태는 금물이다.
둘째, 금기를 인정하라. 상대방이 가진 고유의 금기 영역을 인정하여 안전지대를 확보하라는 의미다.
셋째, 상대방이 신성 시 하는 걸 존중하라.
결국 협상은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말아라. 하지만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아라.”
존 F. 케네디의 말이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을 움직이는 50인’에 등재된 교보 광화문글판에 두줄칼럼 중 대표작 <겸손>이 최종 선정되어 주요 도시에 전시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